1월 11일 석유생산량 기준서 동결 "유가 안정에 도움될 것"…동결만으로는 해결 못해" 실망
  • ▲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전지대. © AFP=뉴스1
    ▲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전지대. © AFP=뉴스1

    세계 1·2위 석유 수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16일(현지시간)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생산동결 호재에 6%나 치솟던 국제유가는 결국 4% 가까이 급락하고 말았다. 러시아 등 4개 산유국의 동결 합의를 두고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실망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3월물은 전장 대비 40센트(1.36%) 하락한 배럴당 29.04달러를 기록했다. 동결호재가 나온 직후 배럴당 31.53달러로까지 솟아올랐다가 급히 오름폭을 반납하고 하락권으로 진입했다. 브렌트유 4월물도 영국ICE 선물시장에서 1.21달러(3.6%) 내린 32.18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35.55달러로까지 치솟았었다.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4개국은 지난달 수준에서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의 실효성을 두고 곧 의구심이 퍼져나갔다. 동결합의의 최대 장애물인 이란이 '절대불가' 입장을 거듭 강조한 데다, 지난달 산유량이 이미 역대 최대치에 달한 마당에 동결이 무슨 소용 있겠냐는 것이다.

    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월 산유량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평균 3260만배럴로 전월 3231만배럴보다 늘었다. 비(非) 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자료를 보면 러시아의 지난달 생산량은 일평균 1098만9000배럴로 집계됐다. 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번 4개국 회동과 관련 "원유시장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요한 점은 첫 째로 시장이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는 이란이 시장점유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CMC마켓은 생산동결 소식을 두고 "완전한 감산 합의를 이룬 게 아니므로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OPEC의 2위 생산국인 이란은 쏙 빠진 상황에서 이번 합의로 미래 감산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록 감산이 아닌 동결로 결정됐으나 국제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 사이에 산유량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2개국과 OPEC 회원국인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4개 산유국 석유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지난달 11일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했다.

    공급 과잉으로 지난 1년 반동안 이어진 국제 유가 하락에 대해 사우디 등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미국, 멕시코 등 비회원 대형 산유국은 상대방에 책임을 돌리며 산유량을 오히려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치킨게임'을 벌여왔다.

    지난달 11일 현재 산유량은 아직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OPEC이 10일 발간한 월간 전망보고서(MOMR)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러시아의 산유량은 일일 1천91만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의 산유량은 1월16일자 자료 기준 일일 1천23만 배럴이다.

    지난달 전세계 원유 공급량은 9천564만 배럴로 수요량보다 약 260만 배럴 많다. 따라서 이날 산유량 동결로 저유가의 직접 원인인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율러지어 델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회의 뒤 중동의 주요 산유국인 이란과 이라크와도 산유량 동결과 관련해 17일 테헤란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혀 다른 산유국의 동참 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도 "OPEC 13개 회원국뿐 아니라 비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산유국이 이날 동결 합의를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모하마드 빈살레 알사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도 "오늘 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 원유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면서 "다른 산유국도 즉시 (산유량 동결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전 비용으로 국가 재정이 바닥난 이라크와 지난달 제재 해제로 원유 수출량을 늘리기 시작한 이란이 이에 동참할 지는 미지수다.

    산유량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0.77달러 오른 30.21달러에, 브렌트유는 0.89달러 상승해 34.28달러로 거래됐다.

    원유 분석업체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르 제이콥 전략가는 "이는 감산도 아니고,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라며 이번 사안을 폄훼하려는 이들이 일부 있더라도 분명히 이날 합의는 2014년 11월 이후 첫 산유량 관련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 20개월 동안 70% 이상 하락했으며 최근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간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로 유가는 반등세를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