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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주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지난 2월말 임기를 시작한 이후 대표이사로서 한달 가량의 시간을 보냈다. 전임 대표이사에서 시작된 내부 갈등과 실적 악화로 위축된 사내 분위기를 추스르는 작업에 여 대표는 전력을 쏟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올해 선결과제는 조직 안정을 바탕으로 한 실적개선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주요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시 활황에 힘입어 34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3분기에 49억원 순손실에 이어 4분기 4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지난해 1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1년만에 다시 주저앉았다.
적자의 핵심은 S&T(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에 있다.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영향이 컸다.
실제 55기(2015년) 영업이익에 판관비를 더한 순영업수익을 기준으로 보면 리테일과 IB부문은 54기(2014년)에 비해 각각 0.7%와 27.3% 증가한 반면 S&T 부문이 전년대비 74.8% 급감했다.
ELS(주가연계증권)에서 총 37억4200만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은 헤지 운용 전략 차원에서 고유자산으로 지수형 ELS에 장외파생상품(OTC) 옵션 매매를 적극 활용했지만 H지수 급락 등의 영향으로 4분기에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중 파생상품 운용수익 증가와 함께 변동성이 큰 파생사업 분야에서 옵션매매 비중을 늘리는 등 한화투자증권 S&T부문의 리스크 관리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결국 여승주 체제가 3월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기존의 정해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담당 부사장이 자진 사임했다. 박재황 경영지원담당 부사장도 임기만료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모두 주진형 전 대표와 손발을 맞췄던 이들이며 여 대표는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S&T본부를 '트레이딩 본부'와 '홀세일 본부'로 분리했다.
OTC운용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트레이딩을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홀세일 본부는 법인영업 육성, 강화를 통한 시장지배력 회복에 집중할 예정이며 트레이딩 본부에는 오희열 본부장 체제가 가동된다.
이처럼 지난해 주요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올린 상황에서 한화투자증권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실패 등으로 영업손실을 낸 만큼 향후 파생상품 운용이 올해는 물론 앞으로 여 대표의 성패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여 대표는 주 전 대표가 서비스선택제를 비롯해 과당매매 제한, 수수료 기준의 개인 성과급 폐지 등 각종 파격적인 실험을 해 논란이 일었던 점을 고려해 기존 제도를 유지할지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내부 분위기가 희망적이다. 다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갈등이 주 전 대표의 일방통행에서 비롯됐던 반면 여 대표는 직원과의 소통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아직 취임 초기단계로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점이 이른 만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