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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결국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며 정치권으로 발을 옮긴다. 당장 이번주 업무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주 대표의 향후 행보와 함께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의 앞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15일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기존에 알려진대로 주 대표가 직접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는다. 더민주당은 총선 공약을 개발하는 선거대책위원회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 자리를 맡긴다.
이미 연초부터 업계 내에서는 주 대표의 정계 입문과 관련해 하마평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현 증권업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인물이 정치인으로 변신할 경우 업계 전체에 강력한 비판과 개혁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증권가는 주 대표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왔다.
이처럼 업계는 주 대표의 행보와 함께 한화투자증권의 행보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 대표가 지난 2013년 9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한화투자증권과 한화그룹은 최대한 몸을 낮춰왔다.
주 대표의 주도로 업계의 관행이 깨지는 것은 물론 한화투자증권의 실적 역시 악화됐지만 최대한 상황을 관망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보내왔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9월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을 증권사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한 바 있으며 11월에는 사내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당초 한화그룹 측은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조기교체를 목적으로 여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한편 주 대표에게는 연임 불가를 통보하며 조기 퇴임을 유도했지만 주 대표가 임기를 채우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 실패했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주 대표의 조기 퇴임을 강력히 요구할 경우 오히려 그룹의 상처가 클 것이라고 판단해 '조용한 퇴임'을 독려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주 대표가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게 됨에 따라 이에 따라 한화그룹과 한화투자증권은 빠른 시일 후임자 선정과 함께 회사 추스리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며 여 부사장을 선봉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미 차기 대표로 내정된 여 부사장은 지난 1985년 경인에너지에 입사한 이후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 전무 등을 역임한 한화맨이다.
지난해 삼성그룹과 방산-화학 계열사의 빅딜을 성사시킨 장본인으로 그룹 내에서의 기대감이 크다.
주요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2015년 적자를 낸 회사인 한화투자증권은 당장 올해 실적개선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영업손실 역시 1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 2011년 부터 2013년 까지 적자를 유지하다 2014년 88억원 순익을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1년만에 다시 실적이 고꾸라졌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까지 340억원의 순이익을 쌓아뒀던 상황에서 하반기에 이를 모두 까먹었다는 점이 뼈아프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ELS 헤지운용 부분에서 홍콩 시장 대응을 잘못해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지만 ELS 손실은 업계 전체의 문제였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리테일과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타 사업부문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며 ELS 손실을 메꿔내며 전년대비 호전된 실적을 발표했다.
업계는 한화투자증권의 실적악화는 수개월 째 내홍을 겪었던 내부의 문제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내홍의 시작과 실적악화가 시작된 시점이 맞물렸던 만큼 새로운 CEO와 함께 재도약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