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수익 급격히 늘었지만 우발채무 위험도 급증…당국 점검나서
  • ▲ 여의도 증권가. ⓒ 뉴데일리경제DB
    ▲ 여의도 증권가. ⓒ 뉴데일리경제DB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증권사에게 호재와 악재로 동시에 작용하면서, 당국은 물론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수익과 함께 우발채무도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으로 향후 채무부담수준과 자본여력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에서 증권사간 경쟁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PF 대출관리 강화, 시공사 신용보강 감소로 부동산 개발사업 자금조달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실제, 2014년 이후 주택시장 경기가 회복되면서 PF를 통한 개발자금 대출수요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17조4,000억원을 기록했던 PF 대출금액은 2014년 28조5,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36조8,000억원으로 2년 만에 두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

    증권사의 신용보강 PF유동화증권 발행액은 2013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2년새 3배 가까이 늘었다.

    PF자금조달 주선, 유동화증권 발행 및 매입보장, 대출채권 매입확약, 단기자금 대여, 사모사채 인수확약 등 증권사 PF 참여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현재 부동산 PF시장을 선도하는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지난해에만 1,000억원 이상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중소형사들이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띤다.

    지급보증 허용, NCR 규제완화 등의 영업여건은 호전된 반면, IPO 등 전통적 업무영역에서 수익이 줄어들면서 부동산PF에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결과다.

    이처럼 중소형사들이 부동산PF를 통해 재미를 보기 시작하자, 대형증권사들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PF 상품을 적극 취급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은 지난해 IB부문 영업수익의 절반 가량을 부동산 PF를 통해 올렸고, 그동안 PF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증권도 지난해 600억원 규모의 GS건설 PF 유동화증권 발행을 주선하기도 했다.

    결국 대형증권사도 PF 시장에 뛰어들면서 증권사간의 경쟁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쟁심화보다 더 큰 문제는 우발채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월 10조9,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던 증권사 총 우발채무는, 지난해 9울 24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채무부담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사가 최종 상환책임을 지는 신용공여형 채무가 급증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7조원의 신용공여 중 28%는 특히 위험도가 높은 중·후순위 이하이며, 4조원의 유동성공여 중 시공사 신용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경우도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결과 2014년 7개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 하락은 ELS와 같은 파생상품의 판매 증가가 결정적이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확대에 때른 우발채무 급증이 등급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조사 기준 현재 자본금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100%를 넘는 회사는 메리츠종금증권(270%)을 포함해 교보증권(190%), 하이투자증권(164%), HMC투자증권(140%), IBK투자증권(100%) 등으로 이들 모두 부동산PF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메리츠종금증권에 대해 신용공여 우발채무 증가속도가 빠르고,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채무부담 위험 증가를 감지한 HMC투자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3사는 지난해 3월 3조9,000억원이었던 PF 신용공여 취급액을 연말까지 3,000억원 줄이며 PF 우발채무 줄이기에 나섰다.

    반면 같은 기간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증권, NH투자증권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회사의 우발채무는 7조9,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채무부담 수준과 자본력에 따라 시장 경쟁구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PF 신용공여의 자본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자본력이 우수한 대형증권사나 자본여력을 갖춘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모험자본 투자를 촉진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자본건전성을 갖추도록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우발채무 부분을 집중 검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시장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증권사들이 손쓸 겨를이 없이 주저앉을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채무보증의 약 62%(15조원)가 부동산 PF 관련 매입보장약정 등과 관련돼 있다"며, "부동산 경기 악화, 시장유동성 경색 등으로 우발채무가 현실화 될 경우 채무보증 이행에 따른 유동성 부족 및 유동화증권 등 담보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PF 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결국 업계에서도 조직개편이나 자본여력 확대 등을 통해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향후 부동산PF를 포함한 구조화증권 분야에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확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본전략과 조직, 인력, 영업 가이드라인 등을 포함한 세부 실행전략을 통합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