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물가안정·내수부진에 금리인하 가능성부동산·가계대출 변수는 여전"내년 상반기까지 0.75%p 낮출 듯
  • ▲ 한국은행 ⓒ연합
    ▲ 한국은행 ⓒ연합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추고,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정책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내려오면서 금리인하 명분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할지, 조정할지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떨어진 데다, 미국까지 앞서 지난달 빅컷에 나선만큼 한은이 더 이상 인하를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6%)이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떨어진 만큼 물가 측면에서는 금리인하 조건이 충족됐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물가 안정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돌다가 연말로 갈수록기저효과 등이 작용하면서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캐나다 등도 물가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금리인하를 시작한 점도 있다.

    한은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팽배하다. 지난 2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31%포인트(p) 내린 연 2.780%를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다. 현재 기준금리보다도 0.72%p 낮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1.6%로 한은 목표치(2%)를 밑돌기 시작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경기의 경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율까지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하회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 우려는 약해졌지만, 점차 성장 둔화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은도 금리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수 부진도 10월 금리 인하설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거론된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렸다. 기업 체감 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달 내수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8.9로 90선을 밑돌며, 지난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 부동산 ⓒ뉴데일리DB.
    ▲ 부동산 ⓒ뉴데일리DB.
    여러 지표를 통해 이달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진 반면 여전히 일각에서는 금리인하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인하 결정의 마지막 퍼즐인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이는 추석연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과 함께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월 말 대비 5조6029억원 늘어났다. 증가 폭은 8월(9조6259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이는 추석 연휴로 인해 영업일이 줄어든 데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효과라는 것이다.

    실제 5대 은행이 9월 중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이 10조351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451억원 규모로 8월(3596억원)보다 4%가량 줄었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선 이 지표는 이 주택 구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집 구입과 관련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추이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보고 있다. 결국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대출 수요가 다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가계부채 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인하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로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0.25%p씩 세 차례, 총 0.75%p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관측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10월 1회, 내년 상반기 2회 낮추고 하반기 동결해 2.75%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에도 불구,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로 금리인하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인하 폭은 0.25%p에 그치고 내년 상반기에도 0.25%p씩 두 차례만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