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변동성' 염두한 투자 전략 강조코스피 예상밴드 1900선 위협받을 듯
  • ▲ 미국 대통령 당선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연합뉴스
    ▲ 미국 대통령 당선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연합뉴스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증시가 널뛰기 흐름을 보이면서 주요 증권사들은 변동성을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대선 개표가 이뤄진 지난 9일 코스피는 2.25% 급락한 1959.38까지 밀리는 등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트럼프가 몰고 올 정책 변화의 불확실성,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스피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연일 큰 폭의 등락을 연출하고 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2.27% 급반등하며 빠르게 불안을 떨쳐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당선 연설이 예상보다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우려 심리가 완화된 덕분이다.

    하지만 11일에는 또다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탓에 18.17포인트(0.91%) 뒷걸음질했다.

    이른바 '트럼패닉(트럼프+패닉)'으로 규정된 출렁 장세는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 당시의 충격을 연상케 했다는 평가다. 

    주요 증권사들은 연말까지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짜야한다고 조언한다.  

    NH투자, 한국투자, 삼성, 미래에셋대우, 현대 등 5대 증권사가 내놓은 연말까지의 코스피 예상 밴드(등락범위)를 보면, 대체로 1900선이 위협받을 수 있는 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1880~2050을 예상하며 1900선 이하의 가장 낮은 하단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는 1900~2050선의 밴드를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930~2050선의 흐름을 전망했다.

    국내 증시가 가장 주시하는 부분은 트럼프가 강조해온 보호주의 무역 강화 정책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 압력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큰 부담 요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당선 연설로 낙폭이 만회될 수 있다"며 "그러나 한국이 대미 무역흑자가 큰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인 점을 고려할 때 무역 마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점도 증시에는 부담이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개헌 투표,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 장기화도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할 요인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은 브렉시트 때처럼 금리나 환율로 풀기 어려운 사건"이라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내 정치 환경이 예전보다 복잡해진 것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코스피의 낮은 밸류에이션, 트럼프의 극단적 정책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점,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인플레이션 기대감 등이 지수 하락을 제한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미국 대선 당해연도와 국내 증시의 동조화 경향은 중립적이었다"며 "트럼프 영향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