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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수입차 업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경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활할 수 있어서다.
10일 코트라에 따르면 국제경제 분야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피터슨 경제연구소(PIE)는 대통령의 권능으로 이미 체결한 FTA의 재협상 또는 폐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외교권과 다수의 무역관련 법이 대통령에게 과세부과, 수입제한 등 무역구제에 관한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이 8%인 데 반해 미국은 2.2%여서 한미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트럼프가 FTA 이행법에 따라 의회와 협의를 거쳐 추가 관세 인상을 선포할 수 있다.
만약 재협상이 결렬되면 관세는 8%로 돌아간다. 따라서 미국에서 생산·수입되는 차량의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에는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쉐보레 등 미국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또 혼다·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의 일부 모델도 미국에서 생산돼 수입되고 있다.
이들 모델은 올해 1월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한미FTA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주요국별수입량을 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미국에서 수입된 차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46%나 증가한 총 4만4685대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9만664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
포드의 경우 지난 10월까지 총 9458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8.9%나 성장한 것으로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이 팔렸다. 캐딜락도 동기간 842대를 판매하며 31.8%나 고속 성장했다. 한국지엠이 수입·판매하는 쉐보레 임팔라는 1만375대 판매됐고 카마로SS도 455대 팔렸다.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올해 철폐된 관세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유럽 브랜드의 경우 관세가 철폐된 상태여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가격경쟁력 하락을 우려했다.
현재 유럽차는 한-EU FTA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지난해 판매한 76만2000대 중 57만3000대를 현지에서 생산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시장 평균 비중(79%)보다 낮은 수치다.
기아차도 2015년 62만6000대 중 35만대를 북미 외 지역에서 조달해 판매했다. 현지 비중이 46%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 미국 시장 판매를 염두에 두고 멕시코 공장을 조성한 바 있어 타격이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