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요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표정을 종전과 비교하면 대부분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느낀다. 국가적으로 집단적 우울증에 빠진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같은 늦가을 환절기엔 감기도 조심해야 하려니와 소위 ‘가을 탄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계절성 우울증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계절이 뚜렷하고 연교차가 큰 계절풍 기후로 지형과 지역에 따라 비교적 다양한 기후를 보인다. 그러나 솔직히 일 년에 네 번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적응하기에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나의 경험적 결론이다. 

일단, 모든 옷장 정리를 연 4회에 걸쳐 해야 하고 이불을 바꿔야 하며 계절마다 유행할 수 있는 질병, 예를 들면 독감, 콜레라, 식중독 등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끔은 4계절이 1년이 아니라 2~3년 주기로 돌아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가을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괜히 울적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해지곤 한다. 이렇듯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을 계절성정동장애 혹은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한다. 

가장 많은 형태는 겨울철 우울증으로 특히 가을과 겨울에 우울증상과 무기력증이 나타나는 등 증상이 악화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증상이 나아진다. 겨울철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매년 여름이면 우울한 증상이 심해지고 가을이 오면 조금 나아지는 여름철 우울증도 있다.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 ‘계절성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자.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은 햇빛을 받음으로써 분비된다. 그런데 가을에는 해가 짧고 일조량이 적기 때문에 이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들게 되고, 쉽게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세로토닌은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도 담당하는데, 가을에 갑자기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가을에는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한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부쩍 잠이 많아지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멜라토닌이 우리 몸의 수면주기 조절과 생체리듬 조절 등의 기능을 맡고 있는 만큼, 균형이 깨어지면 수면이나 진정작용을 유발해 우울한 기분이 되는 것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주 증상은 수면과다와 체중증가, 무기력 등 이다. 이는 일반적인 우울증에서 불면, 식욕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일반인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보통 저절로 나아지게 되지만,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는 다음 5가지 이상의 여러 가지 우울증과 관련된 증상들이 최소 2주 이상 지속될 때다.

계절성 우울증 자가 진단

1. 이유 없이 우울하고 울적하다
2. 매사에 무기력하고 집중이 잘 안 된다. 
3. 나른하고 평소에 비해 수면 양이 늘었다.
4. 쉽게 배고픔을 느끼고 단 음식을 찾게 된다. 
5.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슬픔을 자주 느낀다. 

계절성 우울증 극복을 위한 생활습관
 
1. 햇볕 쬐기 
계절성 우울증이 일조량의 갑작스런 변화로 일어나기 때문에 햇빛을 많이 쬐어 인체 리듬을 다시 정상화시켜주는 것이 좋으며 햇빛은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햇빛은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위험을 줄이며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필요한 비타민 D를 피부에서 합성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육체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2. 가벼운 운동으로 기분전환하기
요가, 헬스, 조깅, 산책 등의 운동으로 생활의 활력을 얻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우울증에 좋은 음식 섭취하기 
단백질, 특히 트립토판이 풍부한 돼지고기, 두부, 바나나 등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특히 바나나는 포만감을 주어 식욕이 왕성해지는 가을철 간식으로 좋다. 오메가3가 풍부한 연어 역시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많은 커피보다는 생강차, 칡차, 율무차 등의 건강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깊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 그리고 기분 좋은 햇살은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 좋은 풍요로운 환경이 될 수 있다. 적절히 감정을 조절하면서 슬기롭게 건강을 지켜나가야 하겠다. 
/적십자병원 병리과장 (MD/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