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크루즈라인 지난해 법인 설립 후 사업진척 제자리걸음선박 구매비 2천억 이상… 자본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공동출자한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에 신경 쓸 여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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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해양 신산업의 첨병으로 주목받았던 국적 크루즈(유람선) 출범이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국적선사를 만들기 위한 합작법인은 태동했지만, 부실한 재원 탓에 사실상 사업 추진력을 상실한 상태다. 국내외 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15일 해수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팬스타라이너스와 현대상선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코리아크루즈라인㈜이 선박 구매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리아크루즈라인은 배 나이 15년쯤 된 7만톤급 중고선을 사들일 계획이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뱃값은 최소 200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초기 운영비 500억원쯤을 포함하면 코리아크루즈라인이 동원해야 하는 초기 자금 규모는 250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 7월 중고 선박시장에는 5만~7만톤급 크루즈 10여척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4개월 남짓 지난 지금은 7만톤급 배가 별로 없고 가격도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국적 크루즈선사의 초기 운영자금으로 3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코리아크루즈라인의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코리아크루즈라인은 팬스타라이너스가 52%, 현대상선이 48% 지분으로 참여했으며 자본금은 5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코리아크루즈라인이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더라도 뱃값의 절반쯤은 확보해야 이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스타는 덩치 큰 회사가 아니어서 먼저 치고 나갈 만한 종잣돈이 없고, 현대상선은 알다시피 기사회생한 상태여서 올해 적자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해지는 등 배를 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수부는 내년 하반기에는 국적 크루즈 선사를 취항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사업은 법인 설립 이후 이렇다 할 진척상황이 없는 실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면허발급을 위한) 서류가 신청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해수부 다른 관계자는 "양쪽 모두 사업을 포기한다는 얘기는 안 한다"면서 "현대상선은 회사가 정상화하면 다른 신사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팬스타라이너스도 빨리하고는 싶어한다. 다만 많은 돈이 드는 사업이다 보니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장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는데 해수부가 신산업 육성을 내세워 무리하게 사업을 끌고 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수부 설명으로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분석한 국내 크루즈 수요는 3만~4만명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국적 선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국내 시장 규모가 10만~20만은 돼야 한다는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여행사에서 배를 빌려 1~2회 크루즈 관광상품을 내놓으면 매진은 되지만, 국적 선사가 배를 띄우면 연중 계속해서 손님을 채워야만 한다"며 "중국 관광객에만 의존할 순 없다. (코리아크루즈라인도) 사업성에 자신이 있다면 배를 살 텐데 시장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결단을 못 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의 사정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한 관계자는 "시장 조사 등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쇼핑을 강요하는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이 제공되고 있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승객을 모집하려면 여행사 등 중국 현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하는데 저질 저가 상품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