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첫 검출 시료 채취장소와 가까워제주·경북 방역 강화 총력… 닭·오리 3170만마리 살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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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궐한 H5N6형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과거 유행했던 H5N8형 AI가 추가로 검출돼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안성시 안성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의 분변 시료를 검사한 결과 11일 H5N8형 고병원성 AI가 나왔다.
이번 시료 채취 장소는 지난해 12월18일 H5N8형 AI가 올 들어 처음으로 검출됐던 쇠오리 분변을 채취한 경기 안성천 지역과 근접한 곳이다.
H5N8형 고병원성 AI는 지난 2014~2015년 국내에서 확산해 큰 피해를 낸 유형이다. 올해 대유행한 H5N6형과 비교하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탓에 발견이 늦어져 피해가 커졌고 방역도 장기화했다.
농식품부는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바이러스가 채취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 지역을 방역대로 설정했다. 방역대 내에는 79개 농가에서 가금류 110만 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가에 대해 이동제한, 예찰 등의 방역조처를 내린 상태다.
AI 의심 신고는 지난해 12월27일 1건, 28일 0건, 29일 1건 등 그동안 1~2건 수준으로 떨어져 파죽지세로 확산했던 때와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일각에서는 AI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고병원성 AI가 처음 시료를 채취했던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다시 검출됨에 따라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AI가 확산하지 않은 제주와 경북 지역에 대해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주 지역은 야생조류에서 AI가 검출된 지역을 예찰 지역으로 설정해 긴급방역을 시행했다. 철새도래지 4곳에 대해선 출입을 통제했다. 철새도래지를 지나거나 인근에 있는 올레길 1곳을 폐쇄하고 2곳은 우회하도록 조처했다.
경북 지역은 소규모 가금농가 3500곳에 대해 4만2000마리의 가금류를 사들여 도살 처분했다. 산란계(알 낳는 닭) 밀집사육지역의 진입로에 대해 소독을 집중하고, AI 발생 지역의 가금류 반입을 막고 있다.
11일까지 전국에서 도살 처분한 닭·오리 등은 3170만 마리에 달한다. 산란계는 2300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전체 사육두수 대비 32.9%에 해당한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도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을 넘는 43만7000마리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