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업계최초 영업익 1조527억원 달성대림산업, 영업익 4250억원… 36.0% 성장세삼성물산‧삼성ENG '어닝쇼크' 털고 흑자전환
  • ▲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의 지난해 잠정 실적 및 전년대비 증감 현황. ⓒ각 사
    ▲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의 지난해 잠정 실적 및 전년대비 증감 현황. ⓒ각 사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들의 지난해 잠정실적이 전년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고, '어닝쇼크'로 움츠러들었던 삼성家 건설기업도 모처럼 기지개를 폈다. 분양시장 호황으로 이어진 국내 주택부문 매출상승과 몇 년 동안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체질개선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한 △대림산업 △GS건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이상 실적 발표 순) 등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들은 모두 전년에 비해 개선된 영업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한건설협회 고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세를 보인 게 실적이 개선된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외 플랜트 공사 부실도 대부분 털어낸 회사가 많아 대형사들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린 업체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527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최초로 '건설사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현대건설은 2015년 영업이익 9865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1조원 문턱 앞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2016년에는 1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영업이익 1조원의 기록은 의미가 크다. 주기적으로 호황을 누린 분양시장과 달리 규모가 큰 건설 프로젝트들은 최근 수년간 난항을 겪으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혀왔기 때문"이라며 "특히나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이 이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실적은 나머지 4개 건설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31일까지 연간 실적을 공시한 다른 4개사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대림산업 4250억원 △GS건설 1430억원 △삼성엔지니어링 700억원 △삼성물산 건설부문 340억원 등의 순으로, 차순위인 대림산업의 영업이익도 현대건설의 절반에 못 미친다.

    현대건설의 1조원 영업이익 달성에는 해외사업의 호조와 꾸준한 체질개선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측은 "UAE 원전과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에서의 매출 확대가 이어져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부동산 경기 호조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지속적인 원가개선 노력 등도 영업이익을 성장세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이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면 가장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달성한 곳은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4250억원을 기록, 2015년(2718억원)에 비해 3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이 6.27%, GS건설은 14.6% 증가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토목·플랜트 사업부의 경우 원가율 증가로 이익은 감소했지만, 주택사업은 2015년에 공급한 주택물량의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건축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호조세가 지속돼 큰 폭의 영업이익 신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석유화학의 호조 지속과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도 힘을 더했다. 이소시네이트, 라빅 등 손실현장 준공으로 DSA(대림산업 사우디아라비아 법인)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YNCC는 에틸렌 호조 지속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 또 오라관광의 경영정상화, D타워의 연결 편입 등으로 연결종속기업의 이익이 증가했다.

    GS건설은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1430억원으로 14.6% 증가했고, 매출은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11조36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 증가는 건축과 인프라 사업이 견인했다. 건축은 지난해 분양 호조로 전년에 비해 31.2% 증가(4조8140억원)했으며 인프라 분야 매출도 1조3830억원을 기록했다.

    GS건설 측은 "지난해 수익성 기반의 지속성장 체계 구축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추구했다"며 "상반기 중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해외공사가 마무리되고, 건축과 인프라 등 성장 분야의 이익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14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885억원이 늘어난 13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건설부문만 보면 강도 높은 경영체질 개선과 손익관리 결과 매출 12조9530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을 세웠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3개 분기 연속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 공사, 해외 토목, 플랜트 등 국내외 프로젝트의 진행 호조와 해외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장에서 손실을 미리 반영하면서 분기별 영업이익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ENG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8.10% 늘어났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삼성ENG는 2015년 1조4500억원대의 '어닝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ENG 측은 "계약해지가 된 얀부 발전 프로젝트 외에도 샤이바 프로젝트를 완공하는 등 주요 사업이 잇따라 종료돼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며 "경영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면 실적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상장사로 아직 연간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업체는 대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있다. 이 중 현대산업개발은 2월1일 실적 공시가 예정돼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해 회계처리가 명확하지 않다며 외부감사기관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3분기 보고서 의견거절 통보 이후 주요 현장에 대한 실사 강화 작업이 길게 이뤄지다보니 아직 지난해 실적 정산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내달 초 연간 실적 공시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 10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영업이익은 2015년(3346억원)과 비슷하거나 소폭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