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서비스 보상금 상한액 도입 검토… 벽지노선 감축 가속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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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 노선 운행 열차가 더 줄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화물운송을 전담하는 자회사가 분리·설립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철도산업발전 중장기계획에서 코레일의 변화를 예고한 데 따른 조처다.
2일 국토부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철도산업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16~2020년)이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1일 확정됐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운영 △건설 △안전 △산업생태계 육성 △공공경영 개편 등 5개 분야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과제가 담겼다.
코레일과 철도 운영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벽지 노선 손실보상금에 메스
먼저 코레일에 대한 벽지 노선 정부보상금 지급제도(PSO·공적의무보상)가 손질된다.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노인·장애인에 대한 무임운송·운임할인과 함께 수요가 적은 벽지 노선을 운영하고,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공익서비스 비용을 정부로부터 보상받아왔다. 2015년 코레일의 벽지 노선 총손실액은 2175억원이다.
국토부는 현행 PSO 방식이 코레일의 자발적인 경영 효율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코레일이 별다른 노력 없이 고속열차(KTX)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일반열차의 적자를 메우는 기존 행태를 반복해 경영 효율화가 요원하다는 판단이다.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안이한 경영행태도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PSO 비용을 더 받아내고자 벽지 노선에 일부러 고임금 근로자를 배치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보상금 상한액 지정방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하는 손실금 대부분을 보상하는 현행방식 대신 애초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그 범위 안에서 코레일이 손실을 메우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찰제처럼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열심히 해 성과를 내면 보상금을 남기지만, 손 놓고 있으면 (코레일이) 손실을 떠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코레일이 적자를 줄이는 수단으로 손쉬운 벽지 노선 감축 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코레일은 지난해 12월5일 정부의 PSO 예산이 삭감됐다며 벽지 노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엿새 만인 11일 국토부에 벽지 노선 변경인가 신청서를 내는 등 기민함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PSO 개선 방침이 코레일의 벽지 노선 감축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 승객에게 돌아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3, 4월께 검토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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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 전담 자회사 독립 추진
전문성과 효율성 강화를 위한 코레일의 자회사 분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시되는 분야는 화물운송 부문이다. 코레일은 산하에 코레일로지스㈜라는 물류기업을 두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로지스는 화물운송과 관련해 주선업무만을 볼 뿐이다. 실질적인 화물운송 업무는 여전히 코레일이 맡고 있다.
국토부 구상은 아예 코레일의 화물운송 업무를 떼 새로 설립하는 자회사에 넘기는 것이다. 이리하면 코레일은 새 고속철 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처럼 여객운송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코레일로선 화물운송 전문 자회사 설립을 꺼릴 이유가 없다. 우선 철도 화물운송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회사가 분리되면 코레일로선 경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지난해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철도노조가 파업하면 제일 먼저 철도화물 운송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자회사 분리로 경영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국토부는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기간에 법 개정 여부와 채권·채무 관계, 물류 자산 등을 검토해 자회사 분리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안에 공공 거버넌스 개편에 관한 세부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화물운송 자회사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하나의 방편으로 화주·물류기업의 운송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석탄, 제철 등의 부문에서 화주기업이 원하는 특정 구간에 대해 선로사용료를 받고 화물을 직접 운송하게 허용하는 것이다. 화주·물류기업 입장에선 물류비를 아끼면서 철도 파업 같은 변수에도 화물을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품목·구간의 경우 직접 화물운송에 관심을 보이는 화주·물류기업이 없지 않다"며 "다만 멋모르고 달려드는 경우도 있는 만큼 여건 등을 따져보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