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오송 선로용량 한정… 코레일·SR 황금시간대 경쟁 치열국토부 "선로사용료 입찰·서비스평가 병행"… 운영사 경영효율화 압박
  • ▲ KTX산천.ⓒ연합뉴스
    ▲ KTX산천.ⓒ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고속열차 경쟁체제에 따라 내년부터 선로배분입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철도 민영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서비스 평가와 선로사용료 입찰을 통해 철도운영사를 압박해 강제적인 다이어트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부터 일부 적용할 2018년 선로배분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선로배분기본계획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등 철도운영자가 열차 운행계획을 세울 때 고려해야 하는 지침이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내년부터 선로배분입찰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SRT 개통으로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골자는 코레일과 SR의 운행노선이 겹치는 경기 평택~충북 오송 구간의 출퇴근 시간대와 주말 열차 운행을 경쟁을 붙여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평택~오송 선로 용량은 편도 기준 하루 총 190회다.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하루 176~186회쯤 운행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올해 기본열차운행횟수는 총 176회다. 코레일 116회, SR 60회다. 노선별로는 경부선이 코레일 76회, SR 60회, 호남선 코레일 40회, SR 20회 등이다.

    선로 용량이 한정된 가운데 고속열차는 앞뒤 열차 간격을 수 킬로미터 둬야 하므로 열차 이용 수요가 많은 시간대의 열차운행 횟수를 늘리려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SR 개통 때 열차운행횟수 배분을 놓고 개통 직전까지 난항을 겪었다"며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협상이 쉽지 않아 개통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었다"고 귀띔했다.

    국토부는 입찰제를 도입하면 철도운영사별 안전·서비스 품질 평가와 함께 선로사용료 입찰을 벌여 황금시간대 열차운영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선로사용료 징수 체계도 고친다. 현재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각 운영사가 일정 비율을 내고 있다. 코레일은 매출액의 34%, SR은 50%를 낸다.

    앞으로는 종량제 개념을 도입한다. 운행횟수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매겨 선로를 쓰는 만큼 부담하게 한다는 원칙이다.

    가령 ㎞당 선로사용료가 2만원일 때 입찰 경쟁을 붙여 사용료를 높게 써낸 철도운영자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철도운영사로선 비용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추가 비용지출이 철도운영사의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운임을 올리면 서비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태도다.

    지출을 줄이려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시간대 열차 운행을 감축해도 평가에서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열차 운행의 공공성이 훼손되므로 서비스 평가에서 최저점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로배분입찰제 도입으로) 철도운영사는 방만 경영을 못하게 되는 등 손발이 꽁꽁 묶이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문제는 국토부가 정책적으로 철도운영사를 압박할 경우 수익을 내야 하는 운영자 처지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재정 당국이 올해 벽지노선 운행 등에 따른 공익서비스(PSO) 손실보상 예산을 줄이자 코레일이 벽지노선 운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나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설상가상 국토부의 선로배분입찰제는 안전·서비스 평가를 통해 철도운영사의 감축 운행 등 꼼수를 원천 차단하고 있어 운영사 운신의 폭이 좁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이런 압박이 철도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절차가 아니냐는 의견이다.

    방만 경영에 따른 인건비 과다 등 경영 비효율화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철도운영사의 몸집 줄이기를 유도해 민영화를 촉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해 역대 최장기 철도노조 파업을 거치면서 국토부와 코레일은 역사 무인화를 통한 인력 감축을 비롯해 철도 업무의 외주 확대 방침을 밝힌 상태다.

    화물운송 최적화를 위한 물류시스템 개선과 차량 검수, 선로 유지보수, 열차 승무, 수송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확대하는 등 업무 전 분야에 걸쳐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이런 업무 외주 확대 방침을 사실상의 민영화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고민일 뿐 민영화 프레임을 놓고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