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점화방식 보일러 겸용 사용 가능성 제기… 산림청, 12일 청문 절차제조사 "제어장비 교체 비효율적"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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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이 신재생에너지인 '목재펠릿'을 연료로 사용하는 펠릿보일러 보급에 나선 가운데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일부 기름 겸용 보일러가 펠릿보일러로 둔갑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심의 결과에 따라 목재펠릿보일러 시장이 기름 겸용 보일러로 대체될 공산이 커 사업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산림·에너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림청은 12일 A 보일러 제조사의 펠릿보일러 제품에 대해 청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지난 2월 인증심의위원회를 거쳐 산림청 지원사업 대상으로 인증, 등록됐다.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은 산림청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해 2009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톱밥을 압축해 길이 6~8㎜의 원통형 알갱이로 가공한 목재펠릿을 보일러 연료로 사용한다.
목재펠릿은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CO₂)와 대기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친환경 재생 연료다. 가정용 화석연료 보일러를 펠릿보일러로 바꾸면 1대당 4~7톤의 CO₂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은 올해 주택용 3000대, 주민편의·사회복지시설용 100대 등 총 3100대의 펠릿보일러를 보급할 계획이다. 주택용의 경우 국비에서 30%, 지방비에서 40%를 각각 지원한다. 소비자는 30%만 부담하면 된다.
펠릿보일러 1대 가격이 400만원이면 280만원을 보조해주는 셈이다. 산림청은 올해 관련 예산으로 총 86억원을 확보했다.
현재 국내에선 3개 업체의 제품이 산림청 인증을 받아 보조금 지원사업 대상으로 등록됐다.
A사 제품은 기존 펠릿보일러가 전기히터봉을 점화장치로 쓰는 반면 기름 버너를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점화 속도가 빠르고 점화할 때 발생하는 연기도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문제는 A사의 기름점화 방식 펠릿보일러가 일부 장치만 손보면 사실상 기름 겸용 보일러로 쓸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데 있다.
산림·에너지 관련 업계는 A사 제품이 연료 제어장치만 교체하면 기름 겸용 보일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부 보조금 사업이라 설치할 때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이 현장점검을 하지만, 제어장치를 구분하기 쉽지 않고, 제대로 확인했더라도 나중에 제어장치만 바꾸면 기름 겸용 보일러로 가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사 제품군 중에는 기름·목재펠릿 겸용 하이브리드 보일러가 따로 있다.
하이브리드 제품은 목재펠릿 전용 보일러보다 사용이 편리하다. 펠릿보일러는 보일러 통에 목재펠릿을 채우고 정기적으로 재를 청소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무엇보다 기름 겸용 제품은 연료 가격을 비교해 유지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기름값이 목재펠릿 가격보다 낮거나 비슷하면 사용이 편리한 기름보일러를 틀면 된다.
다만 기름 겸용 보일러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한 사업 취지에 맞지 않아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제품에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지난달 사전검토심의를 거쳐 제조사 의견을 듣기로 했다"며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심의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청문 절차를 밟아 확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산림·에너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름 겸용 보일러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 펠릿보일러 시장이 기름 겸용 보일러로 재편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친환경 연료 보급이라는 애초 사업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A사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와 주장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태도다.
A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KS 인증까지 받은 것"이라며 "집안과 보일러 본체의 제어장치를 바꾸려면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드는 데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A사 설명으로는 제어장치를 교체하는 데 두세 시간이 더 걸리고, 비용도 30만원쯤이 추가로 든다.
A사 관계자는 "보조사업용 제품은 정해진 규격이 있다"며 "제어장치를 손보면 보일러 대응 용량에도 문제가 생겨 본체에 결로가 생길 수 있는 등 교체에 따른 이점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