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한국기업지배구조원-서울세관' 증인 출석'합병 찬성-500만주 매각' 혐의 집중 신문 전망'법리적 토론-의견 개진' 통해 이뤄져…"실체 없는 의혹제기 사라져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7차 공판이 2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이번 주(17~19차) 공판에는 공정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울세관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들은 삼성물산 합병 및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다. 특검은 증인을 상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500만주 주식 매각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진술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 측은 '특검의 주장은 실체 없는 의혹제기'라는 기존 입장을 증명하기 위한 신문에 집중한다. 합병비율을 포함한 의혹들이 현행법에 근거해 진행됐고, 공정위의 주식처분 지시는 법리적인 토론과 의견 개진을 통해 이뤄졌다는 진술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특혜…혐의 입증 가능할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5월 26일 합병 결의가 공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양사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앞세워 합병 필요성을 강조했고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공시 하루 뒤인 27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주로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엘리엇은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합병을 반대했다.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7.12% 수준으로, 엘리엇은 6월 9일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7월 1일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삼성물산은 한 숨을 돌렸지만, 이틀 뒤인 3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은 결국 기각됐고,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투자위를 열어 합병 찬성을 결정하면서 합병은 급물살을 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17일 각각 임시 주총을 열어 합병 안건을 가결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고, 9월 1일 양사가 공식 합병하면서 논란은 종결됐다.

    합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삼성물산 주주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이들은 삼성물산의 자산이 제일모직보다 3배 많은 상황에서 회사가 제시한 합병비율(1대 0.35)은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국민연금의 합병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를 적용해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46으로 산출했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한 것도 이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판단한 1대 0.46 합병비율이 현행법과 차이를 보인다는 데 있다. 상장법인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76조의 5)'에 따라 산출된다. 시행령은 ▲최근 1개월 평균 종가 ▲최근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 등 세 가지 산술평균을 기본으로 한다.

    국내 현행법상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정에는 기업가치가 제외된다. 삼성 측이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비율에도 찬성표를 던져 특혜를 줬다는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청와대에 압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을 압박했고, 막대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주가와 합병 시점을 조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입증되지 않은 의혹제기식 주장이라고 맞섰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을 했다는 주장에는 1차 독대는 약 5분간 진행됐고, 2차 독대도 합병 안건이 가결되고 난 뒤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주식 매각 500만주…특혜 여부 놓고 공방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종결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2014년 7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어, 삼성물산 합병이 위법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삼성은 합병이 진행되는 2015년 6월, 로펌 등에 적법성 여부를 문의했으나 '해당 건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되는 것일 뿐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 그해 9월 합병을 마무리한 삼성은 공정위로부터 순환출자 관련 자료요청을 받았고 주식 매각을 위한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총 10개로 삼성SDI를 중심으로 한 고리 6개, 삼성전기를 필두로 한 3개의 고리가 존재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주식을 갖고 있던 고리는 총 3개로, 삼성은 합병으로 해당 순환출자 고리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경우 순환고리상 인접하게 붙어있고, 양사가 합병할 경우 존속법인이 제일모직으로 결정돼 출자고리가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생각은 달랐다. 존속법인인 제일모직이 소속된 고리와 소멸법인인 삼성물산이 소속된 고리에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출자 고리에 따라 추가된 계열 출자분을 다르게 해석한 셈이다. 공정위는 삼성SDI가 소멸법인인 구 삼성물산의 주식을 반납하고 새롭게 교부받은 400만주와 제일모직 지분 반납주 500만주를 포함한 10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이의를 제기했다. 기존 고리 내에 소멸법인이 있는 것을 지배력 및 기존 출자강화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붙어있는 고리가 합쳐지는 것은 합병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와 삼성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법리적인 토론을 시작했고, 공정위는 12월 24일 전원회의를 거쳐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삼성SDI가 소멸되는 구 삼성물산의 주식을 반납하고 받은 주식 400만주를 제외한 제일모직 지분 반납에 따른 주식 5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고리가 사라지거나 단순화되는 것은 제외했지만, 보유지분이 늘어나는 것은 고리가 강화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추가되는 출자분 가운데 규모가 큰 주식을 처분하도록 결론 내렸다. 

    삼성은 공정위의 판단에 동의하진 않았다. 지문 매각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500만주 처분을 결정했다. 

    특검은 1000만주 주식 처분이 500만주로 축소된 것이 청와대가 공정위에 입김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500만주 주식 매각은 특검이 주장하는 경영권 승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됐다고 해서 어떤 이익을 얻은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와 공정위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주장에는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기업과 정부기관의 정당한 업무협의를 로비로 보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증인으로 출석하는 공정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처분 주식이 줄어든 배경과 경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개입 여부 등을 추가로 신문해 억울함을 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4일 열리는 17차 공판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 모 팀장과 공정위 석 모 사무관이, 25일 18차에는 곽세붕 공정위 상임위원과 공정위 김 모 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26일 19차 공판의 증인으로는 서울세관 윤 모 주무관과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