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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책감사가 지난 24일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미 4대강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운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이명박 정부 핵심사업이었던 4대강 후속사업을 중단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4대강 보 상시개방과 함께 사업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건설사들이 '4대강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미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이에 대한 죄값을 치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8월 부당공동행위 혐의로 17개 건설사가 과징금 1115억4100만원을 지급했으며, 2014년 11월에도 입찰담합 사실이 적발된 7개사가 과징금 152억1100만원을 낸 바 있다.
이 과징금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삼성물산 1395억원과 현대건설 1조527억원에 각각 79.9%, 10.5%에 해당하는 액수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익이 흑자전환한 동부건설(145억원)의 경우에는 768%에 달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그렇다고 건설사들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해 큰돈을 벌어들인 것도 아니다. 적자를 본 건설사들이 수두룩하다. 실제 4대강 공사를 진행하면서 계약금 대비 실제 투입비용을 뜻하는 실행률은 평균 106%로 건설사들은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다. 4대강 사업 입찰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과징금 소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4대강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다수 공구를 동시 발주함으로써 건설사들로 하여금 공동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거나 묵인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현대건설 또한 "대규모 다기능 보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설계 용역회사는 8개사에 불과해 애당초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정부를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담합입찰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문제는 최근 위축되고 있는 업황과 해외사업 리스크 등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나칠 경우 건설업 자체가 쇠퇴기로 빠르게 접어들면서 국내 경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인구 5000만 중 건설업 종사자만 150만~200여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가족 등을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진다. 생계적인 문제는 기본이고, 경제·사회의 부정적 영향의 파급 효과는 헤아릴 수 없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중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지난해 3분기 66.7%를 기록할 정도로 건설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혹자는 "잘못을 저질렀으면 죗값을 엄중히 받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국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 걸린다. 이런 시기에 국가 경제에 한 축을 맡고 있는 건설업이 치명상을 입을 경우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물론 건설사 몇 곳이 자의든 타이든 한때 잘못한 저지른 건 맞다. 다만 우리나라 헌법은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내려지고 또 그것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바로 일사부재리 원칙이다.
이미 체벌이 끝난 과오는 덮어두고, 앞으로 또 일어날 지도 모를 '담합사건'에 대한 빗장을 만들어 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