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식구 신세 수자원국, 승진 등 불이익 우려위상 제고 부푼 환경부, 장관 후보자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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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기로 한 가운데 조직을 떼줘야 하는 국토교통부나 넘겨받아야 할 환경부가 모두 표정이 어둡다.
4대강 사업 후폭풍에 천덕꾸러기가 된 국토부나 한국수자원공사는 불만을 넘어 체념하는 분위기다. 환경부 내에선 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장관 인선 등 후속 조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앞선 정권의 정책 실패를 이유로 부처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 "도리 없다"… 일부 직원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 감수해야
그동안 물관리는 크게 이원화돼 있었다. 국토부는 수량, 환경부는 수질 업무를 나눠 봐왔다.
국토부 수자원국은 5개 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업무 관련 예산은 1조8108억원으로, 기금을 제외한 국토부 전체 예산 20조1168억원의 9.0%를 차지한다.
수자원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가면 국토부 산하 5개 국토지방관리청(서울·원주·대전·익산·부산)의 하천관리 기능과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개 홍수통제소도 이전될 전망이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한 수공도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수공은 정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국토부는 "환경부로 이관될 때까지 업무를 차질 없이 챙기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부처가 없어지는 게 아니니 일부 직원의 불만이나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정부의 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실·국장급 간부들이 모여 가뭄 대책 등의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면서 업무 이관 때까지 행정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공도 마찬가지다. 수공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 방향이 수질 중심의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므로 가봐야 한다"며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합병 때처럼 조직 간 갈등이 야기되는 상황은 아니어서 내부적으로 큰 동요는 없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마찰을 빚어왔던 만큼 환경부 산하에서 객식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이에 대해 수공 관계자는 "기능적 측면에서 (수공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히려 환경부 산하에 한국환경공단이 최대 기관으로 2300여명 규모인 데 비해 수공은 2배쯤 많은 4600여명 규모이니 (환경부로선) 수공이 넘어오면 업무영역을 넓히면서 세를 불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대강 이후 대규모 개발사업이 없는 데다 일부 댐 건설 사업도 소규모여서 마찰은 없을 것"이라며 "환경부도 하수종말처리장 등 개발사업이 전혀 없는 게 아니므로 사업을 못 할 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국토부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직 이관 차원과 달리 수자원국이 환경부에 흡수되면 일부 직원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해나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승진서열 명부라고 할 수 있는 근무성적평정의 경우 국토부 직원은 객식구 신세가 될 수 있다"며 "승진예정자가 있을 때 아무래도 환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이 굴러온 돌인 국토부 직원보다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일부 국토부 직원은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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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없는 환경부… "실세 장관 왔으면"
환경부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정부의 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면서 불안해하는 기운이 감지된다.
설명인즉슨 정부가 환경부를 중심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할 때만 해도 환경부 위상이 수직상승할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는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환경부와 관련해 "지난 9년간 부처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았다. 환경부 장관이 국토부 차관이라는 농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조직개편은) 그동안 물관리 정책이 개발과 성장 일변도로 치우쳐 진행됐던 것에 대한 균형 맞추기로 이해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로선 물관리 일원화 방침이 앞선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부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환경부 일각에서는 정부의 후속 조처가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대표적인 게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다. 김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에서 환경특보로 활동하고 참여정부에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비서관을 지내는 등 공직 경험도 있지만, 주로 시민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일부에서는 김 장관 후보자가 여당 다선의원으로 실세 장관 소리를 듣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가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무산시키려고 모종의 작업에 나섰다는 뜬소문도 들린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과거 해양수산부가 없어질 때는 부처 고위 공무원이 국회에 찾아가 법안을 통과시키지 말아 달라고 읍소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번은) 전혀 근거 없는 복도통신"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다른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도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며 "(국토부는) 이미 업무 이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환경부 내부에서는 앞으로 조직개편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미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국토부가 부족한 수량을 책임지고 있는데 수질과 수량 관리를 통합하면 권한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원화해서 두 부처가 서로 견제하는 게 아직은 더 낫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찬우 의원은 "시스템이나 운영 체계를 잘 만들어 시너지를 내면 된다"며 "환경부는 심판이 선수까지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박 의원은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환경부로의 일원화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은 4대강 사업과 다분히 밀접히 관계된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질은 물관리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데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는 물관리의 주된 기능을 수질을 관리하는 환경부에 넘기는 것은 큰 틀에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런 논리라면 물의 50%를 농업용수로 쓰는 현실을 고려할 때 농림축산식품부의 물관리 기능도 환경부로 넘겨야 한다"며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도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거로 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심도 있게 다룰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의 가뭄대응 업무가 기상청, 국토부, 농식품부 등으로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물관리협의회'를 설치했던 만큼 제3의 지휘소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현미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물관리를 두고 국토부와 환경부 사이에 부처 이기주의가 나타나는 게 문제"라며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하되 부처 간 조정을 위한 통합 물관리위원회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절충안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