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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배경으로 3일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폐업 자영업자수'에 눈길이 쏠린다.
2011년 이후 폐업 자영업자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 시 자영업자의 사업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국세청의 '국세통계 조기 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은 사업자(법인+개인사업자)는 12년 만에 최대인 91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5.1% 늘어난 수치다.
이중 자영업자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의 폐업자수는 2005년 73만9420명에서 지난해 83만9602명으로 13.5% 늘었다. 2011년 84만5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자영업자의 폐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당 경쟁과 매출 감소에 내몰린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는 것은 또 다른 폐업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기우일지 모르겠으나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위 회의 진행 내용을 살펴보면 노동자위원들은 최초 요구안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제시했고, 사용자위원들은 올해보다 2.4% 인상된 6625원을 내놨다.
이와 관련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소장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도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라면서 "주 40시간 일하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1만원을 보장하고 4대 보험료와 퇴직금까지 제하고 나면 12시간 일하는 자영업자보다 근로자의 월급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상황이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는 본인의 수익을 위해 근로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고, 아들, 딸, 부인이 잠 잘 시간을 빼고 밤낮으로 일할 수 밖에 없다. 이조차 여의치 않다면 폐업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갑작스럽게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근로자 고용을 덜 하게 될 것이다. 이때 가장 가혹한 타격을 받는 사람이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2차 타격은 자영업자들이 받게 된다. 3차 피해자는 소비자들이다. 종업원수가 줄어들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에서는 2.4%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급진적인 인상은 중소·영세기업에 피해가 크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종 인상율은 향후 최저임금회의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사용자 입장에서 먼저 인상율을 올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최저 수준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은 최저임금 15달러로 인상을 2014년 주민투표로 통과시키고, 2015년 11달러에서 2016년 12.50달러, 2017년 13.50달러, 2018년부터는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그 효과에 대한 연구용억을 발주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2016년 시간당 임금은 3% 상승했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9% 감소했다. 이들의 월 평균임금은 125달러가 감소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2007년 132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의 임금과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임금은 10.9% 늘었지만 고용은 3.5~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을 피해 경비원을 줄이고 폐쇄회로 등을 설치한 데 따른 결과다. 남아있는 경비원은 업무가 늘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최하층민인 비숙련·저임금 근로자에게 가장 혹독한 타격이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도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정책을 내세우면서 그 기간을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속도전으로 치를 생각이 없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 역시 시급 2500원짜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생활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자. 선한 의도로 시행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자영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사업자의 근로자수 대비 순차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고민하거나 견딜 수 있을만큼의 최저임금 인상이 진행돼야 한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