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발열·패키징 성능 좌우HBM4 국면서 공급망 윤곽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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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다시 판을 짜고 있다. 그동안 경쟁의 중심이 ‘더 빠른 GPU(그래픽처리장치)’였다면, 이제는 메모리 대역폭에 더해 전력·발열, 패키지 두께·공간 제약까지 동시에 성능의 상한을 결정하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GPU 연산이 고대역폭 메모리와 결합하면서 병목이 한 가지 지표로 설명되지 않자 ‘메모리·패키징·열 설계’를 함께 맞추는 공동 최적화가 승부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을 압축하는 키워드가 ‘커스텀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표준 규격의 HBM을 납품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GPU 설계와 패키징 구조, 전력·발열 조건에 맞춰 사양을 함께 조정하는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월에는 이를 가늠할 일정이 연달아 잡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GTC 2026, 루빈 공개가 ‘커스텀 HBM’ 경쟁에 불붙인다

    업계가 보는 1차 분기점은 이달 16일(현지시각)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GTC 2026이다. GTC는 엔비디아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AI 개발자 콘퍼런스로, 차세대 플랫폼과 칩 로드맵 관련 메시지가 집중되는 자리로 꼽힌다.

    GTC 2026의 최대 관심사는 루빈(Rubin) 아키텍처 기반 차세대 GPU와 HBM4(6세대) 적용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차세대 GPU가 루빈(R100)으로 거론되고, 루빈이 전작 대비 연산 성능을 약2.5배(50PFLOPS, FP4기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HBM4는 2048비트 인터페이스 도입으로 메모리 대역폭이 약22TB/s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커스텀 HBM이 부각되는 이유는 병목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성능 AI용 GPU는 메모리 대역폭만으로 성능이 결정되지 않는다. 전력 소모, 발열, 패키지 두께와 공간 제약이 동시에 한계로 작용하면서, HBM도 “정해진 규격의 메모리를 납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GPU 로직 다이와 패키징 단계부터 사양을 함께 맞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GTC 2026에서 HBM4의 공식 스펙과 공급망 윤곽이 구체화되거나, 맞춤형 구조의 샘플이 나올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단순 공급자를 넘어 ‘공동최적화 파트너’로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마이크론 실적, HBM 전환이 ‘리스크’인지 ‘레버리지’인지 가른다

    두 번째 분기점은 오는 18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다. 시장이 확인하려는 쟁점은 2가지로 모인다.

    첫째 AI 서버 대응을 위해 범용 DRAM 라인을 HBM으로 전환하면서 공급 제약이 커지고, 이 부담이 PC·스마트폰 등 전통 IT 세트로 전가돼 가격 압력과 수요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 전통 IT 수요가 예상보다 약할 경우 단기 가격 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HBM 중심의 투자·증산 전략이 단기 변동성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경계가 동시에 나온다.

    특히 HBM4 구간에서는 ‘양산 속도’보다 ‘고객 맞춤형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마이크론이 HBM4에서도 공정·수율 자신감을 재확인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커스텀 HBM과 패키징·열 설계 최적화에서 우위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TC 2026에서 루빈과 HBM4가 ‘공식 스펙’과 ‘공식 공급망’ 수준으로 구체화되는지와 마이크론 실적이 HBM 전환의 효과를 공급 제약이 아니라 성장·수익성으로 증명하는지가 관건"이라며 "AI 반도체 시장이 아키텍처 경쟁으로 넘어가는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커스텀 HBM 시대의 ‘본게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3월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