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으로 국제 유가 급등 … 韓 경제 '빨간불'국회, 대미 투자특별법 처리 지연 … 관세 협상 발 묶여日, 美과 일찌감치 1차 대미 투자프로젝트 합의 발표경제6단체 "국회 대미투자법 조속히 처리해달라" 호소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한미 통상 관계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일본은 이미 미국과 함께 3개 대미 투자프로젝트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요구한 제도 정비가 늦어질 경우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수준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유가는 연일 급등세를 나타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3.66달러(4.71%) 오른 배럴당 81.40달러를 기록했다. 2일(현지시간) 10% 안팎 급등한데 이어 이날도 5%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로, 봉쇄 가능성만으로도 국제 유가가 출렁인다. 한국처럼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곧바로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통상 리스크까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미 연방대법원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단한 뒤 전 세계 수입품에 글로벌 관세 15%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상호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했지만, 글로벌 관세 15%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50일 한시적인 조치다. 미국은 150일이 지난 뒤에는 무역법 301조나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한 '품목별 고율 관세'라는 더 강력한 압박 카드를 예고했다.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그간 예외였던 반도체까지 관세 유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해서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합의를 이뤘고, 2025년 10월 29일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면서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약 517조원)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인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한 달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여야는 지난 4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대미특위)를 구성하고 활동 기한을 오는 9일까지로 정했다. 그러나 '사법개혁 3법' 등 정쟁에 발이 묶여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국에 대한 투자처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5500억달러(약 812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은 지난달 18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과 조지아주의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시설 건설, 텍사스주의 석유·가스 수출 항만 정비 등 총 36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3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함께 일찌감치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을 합의해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을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트럼프가 복원을 경고한 25%의 고율 관세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당초 25%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았지만 지난해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15%로 관세율을 인하했다.  

    현재 미국이 외교·군사 역량을 중동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관세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 대응 속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경제6단체는 여야에 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3일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촉구 경제계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늦어질수록 대미 협상력은 약화하고, 한·미 경제협력의 실익은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미 수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 기한 내에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재계와 국내 경제 관련 기관들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이 불발 될 경우 한국 경제가 자동차 산업 수출 경쟁력 하락, 국내총생산(GDP) 하락, 반도체·의약품 등 추가 품목 관세 등 삼중고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우리나라 대미 수출이 최대 13.1% 줄어들어 GDP가 최대 0.46%(10조6000억원 규모)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