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중교통·도로정책과 업무 떠넘기기 구태… 운송사업자 배만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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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지만,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국민은 혜택을 볼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부서 간 칸막이를 높이고 서로 업무를 떠넘기는 구태를 보이는 사이 고속버스업계는 이달 초부터 추석 예매에 들어갔다. 통행료 면제 혜택은 운송사업자가 누리게 됐다.
13일 국토부에 따르면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로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해 올 추석 연휴인 다음 달 3~5일 사흘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다.
민자구간 포함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가 대상이다. 3일 0시부터 5일 자정 사이 고속도로를 잠깐이라도 이용하는 모든 차량이 혜택을 본다.
문제는 고속버스 이용 승객은 면제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고속버스도 해당 기간 통행료가 면제되므로 운송사가 얻는 감면 혜택을 승객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발표내용에는 빠졌다.
국토부에서 부서 간 업무를 떠넘기느라 논의해볼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은 형평성을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운송사들이 정부의 통행료 면제 조치로 승용차 이용이 늘어 승객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만큼 유인책으로 해당 기간 요금을 특별 할인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견해였다.
다만 요금과 관련해선 주무관청인 국토부 승인이 필요하므로 업계에서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서 고속버스 운임 관련 업무는 대중교통과에서 본다. 하지만 대중교통과 담당자는 "(이번 통행료 면제와 관련한 제반 업무는) 도로정책과 소관"이라며 "질문에 답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추진되는 특수한 경우인 만큼 통행료 관련 업무를 보는 도로정책과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반면 도로정책과는 통행료 면제 외 한시적 고속버스 요금 할인 등의 업무는 대중교통과가 처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통행료 면제로 말미암아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고속버스의 감면) 효과를 운임 할인 등을 통해 승객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대중교통과가 해야 할 업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개월 전부터 제기됐던 형평성 문제를 보완하기보다는 서로 업무를 떠넘기며 부서 칸막이만 높였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서민 혜택에 뒷짐을 지는 사이 고속버스 업계는 이달 초부터 추석예매에 들어갔다. 고속버스 통합예매 사이트인 코버스와 이지티켓은 지난 1일부터 2017년 추석 특별예매를 시작했다.
올해 자가용 대신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국민은 사실상 통행료 면제 혜택을 보기 어려운 셈이다. 국민이 누려야 할 혜택은 오롯이 운송사업자에게 돌아가게 됐다.
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고속버스 요금에는 통행료 등 운송사의 연간 제반 비용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속버스의 서울~부산 통행료는 경로에 따라 서울~김해부산(375.9㎞) 2만7000원, 서울~부산(394.9㎞) 2만1200원이다.
이를 우등고속버스(28석) 성인 기준으로 계산하면 서울~부산 노선의 경우 통행료 면제로 승객 1인당 편도 757원, 왕복 1514원의 할인 요인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프리미엄(초우등형) 고속버스(21석)는 편도 1009원, 왕복 2019원으로 할인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승객 1인당 할인액은 많지 않을 수 있으나 운송사업자가 감면받는 총 면제액 규모는 무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