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최저임금 논의 속도조절 시사… 해운 부흥 장애될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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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부흥의 기치를 올린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을 시사해 눈길을 끈다.
선원 최저임금과 관련해 사실상 선주협회 등 사용자단체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해수부는 선원 최저임금 협상에서 공익위원 역할을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임을 고려하면 해운업 재건에 총대를 멘 김 장관으로선 딜레마가 될 수 있어 이번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어려움에 부닥친 수산업에도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지역별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업계는 거의 50%를 한꺼번에 올려줘야 하는 상황으로 부담이 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굉장히 걱정이 많다"면서 "해외 사례를 보니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이 천차만별이고 일본도 도쿄와 구마모토현의 최저임금이 23%쯤 차이 난다"고 부연했다.
지방 어촌 마을과 서울의 소득수준, 주거비 등이 다른데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건 경제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발언은 내년도 선원 최저임금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올해 선원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 176만800원이다. 2012년 123만8000원, 2013년 131만9000원, 2014년 141만5000원, 2015년 151만8000원, 지난해 164만1000원으로 평균 7.15% 올랐다.
선원 최저임금은 힘든 작업 여건과 선상 생활, 구인난 등을 고려해 육상근로자 임금보다 1.2~1.3배쯤 높게 책정하는 게 관행이다.
문제는 내년도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이 시급 7350원으로, 2000년 9월~2001년 8월 이후 최대인 16.4%나 올랐다는 점이다. 그동안 관례대로면 내년 선원 최저임금은 최소 204만9500원을 웃돌 전망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선원 최저임금도 1만원 공약과 무관치 않아 이번에도 육상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선원 임금 인상은 해운사 경영의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해운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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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수부가 최저임금 협상에서 사실상 공익위원 역할을 하는 만큼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주협회와 해운조합, 수협중앙회 등 사실상 사용자단체를 편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선원 최저임금은 선원노조 단체와 사용자단체가 협의해 12월 초까지 합의안을 내놓으면 해수부 내 정책자문위원회 해운물류분과에서 찬반을 물어 확정한다. 노조 측과 사용자단체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해수부가 공익요원 역할을 해 절충안을 마련한다.
애초 업계에선 김 장관이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고 선원 최저임금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연장선에 있어 최저임금 인상에 힘이 실릴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이번 발언이 해운업 부흥 기치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가 채권단의 글로벌 물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고 그 과정에서 해수부의 목소리가 먹혀들지 않았다며 바다와 관련한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는 '재조해양(再造海洋)'의 각오로 장관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침체한 해양·수산을 일으키는 선봉에 서겠다는 태도다.
앞으로 눈여겨볼 대목은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과 해운업의 어려운 여건이 일부 상충하는 만큼 김 장관의 의중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다. 해운경기 악화를 이유로 어느 때보다 업계의 저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