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건축허가 없이 지은 후 소유권 넘겨받고도 정상화 늦춰에스컬레이터 등 승객 편의시설 보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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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철도청 시절에 지어진 수도권 전철을 비롯해 일부 철도역사가 수십 년째 미등기 무허가 건축물로 방치되고 있다. 편의시설 증축 등과 관련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20~30년이 지나 낡은 시설을 고치고 싶어도 과거 권위주의적인 행정의 오류로 말미암아 시설 보완이 어려운 실정이다. 역사를 이용하는 승객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역사의 경우 건축물 미등기로 인해 상당 기간 지방세 부과 대상에서 누락돼왔을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2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1970~80년대 철도청이 지었던 수도권 전철 등 일부 철도역사가 건축물관리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철도역사 총 642개 중 소유권이 코레일에 있는 역사는 333개로, 이 중 미등기 무허가 역사는 총 19개다.
서울 전철 1호선 도봉·외대앞·방학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영동선 도계·거촌역, 동해남부선 안강·부조역 등이 무허가 역사다.
지난해 12월 경원선 신이문역이 건축물대장에 36년 만에 등재됐고, 방학역이 지어진 지 30년 만에 등재 예정이다.
무허가 역사 중 여객을 취급하는 역은 10개, 나머지 9개 역은 화물만 취급하는 여객미취급역이다.
이들 무허가 역사는 2005년 철도청 운영·물류부문을 합쳐 코레일이 출범하면서 출자를 통해 소유권이 코레일로 넘어온 상태다.
국토부와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 무허가 역사는 과거 철도청이 운전보안시설로 분류해 건축허가 없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만으로 공사를 벌인 사례가 적지 않다.
건설 고시 이후 역사 등기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시 철도청 직원이 빠뜨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정부기관(철도청)에서 사전 건축허가 없이도 공공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며 "나중에 무허가 상태임을 알았더라도 담당자들이 1~2년 뒤 인사이동 등을 고려해 신경 쓰지 않고 방치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문민정부 시절 철도 민영화에 대비해 일괄 정상화를 추진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뒤늦게 등기하려다 보니 설계도 미비 등 건축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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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역사가 지어진 지 20~30년이 지나면서 시설 보완이 필요하지만, 무허가 건축물이어서 시설 개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등 역 편의시설을 신설하고 싶어도 건축물 점유면적이 늘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기존 역사가 무허가 건축물이다 보니 시설을 보완하려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안전관리 대상에서 빠져있다 보니 시설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므로 만약 무허가 상태에서 증축 등이 이뤄졌어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정한 건축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무허가 역사의 지방세 탈세 혐의도 제기한다. 건축물대장이 재산세 부과의 기본자료가 되는 만큼 상당 기간 세금 부과 대상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유지에 세워진 역사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시설물을 사용하면 과세가 면제되지만, 공사인 코레일은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지방세특례에 따라 2019년 말까지 50%를 감면받는다.
지자체 관계자는 "무허가 건축물도 세금을 부과할 목적물이 확인되면 재산세를 물린다"면서 "다만 부과 대상물이 포착되기 전에는 세금을 물릴 수 없으므로 무허가 역사마다 세금이 부과된 시기는 다를 수 있고, 상당 기간 세금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모든 역은 재산세를 내고 있고,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