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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들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러시가 지속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수년째 신용융자 이자율 두자릿수를 고수하거나 소폭 하락에 그쳐온 증권사들에 대한 당국과 소비자들의 직간접 압박에 결국 손실을 감수하고 백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고금리 장사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를 취하기 시작했다.
최근 증시가 24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추세가 이어지자 빚내서 주식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 역시 8조7000억원에 이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특히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증가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과열양상으로 번질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금융당국과 소비자단체는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 초단기 매매에 나서는 투자자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한편 증권사를 향해서는 이자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 등 대형사는 물론 리테일 기반의 중소형사들도 지난달 부터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를 단행했다.
이같은 결정에 업계는 여론과 당국을 의식한 결과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증권사들이 자율 적용하고 있는 신용융자 이자율을 비슷한 시기에 인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6월 금융감독원의 신용융자 이자율 체계와 관련한 현장검사가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휴 직후로 예정된 국정감사와 함께 특히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의 제1차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는 그동안 '요지부동 이자율'을 고수해온 키움증권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키움증권은 금감원의 위원회가 열린지 사흘만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최대 4.3%p 인하키로 결정했다.
기존 키움증권의 1~15일 기준 이자율은 연 11.8% 수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이번 변경안에서는 1~7일은 연 7.5%, 8~15일은 연 8.5%로 대폭 낮춘 것.
이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증권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이자율의 적정성을 증권사가 자체 점검 및 평가하고, 이자율 변경근거를 유지하는 등의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는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직접적으로 이자율에 대한 제재근거를 마련하거나 기준을 만들어 따르도록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웅섭 전 원장이 이미 지난달 증권사 사장단 회의에서 신용융자금리 인하 검토를 당부한데 이어 최 신임 원장 역시 직간접적으로 금리에 대한 언급과 압박이 지속됨에 따라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 키움증권까지 파격적으로 이자율을 낮추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키움증권의 주력 수익원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당장 25일 키움증권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6.34% 급락했다. 장중 8.93%까지 낙폭을 늘리기도 했다.
키움증권의 주가 급락은 리테일 기반으로 이어온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시장의 해석으로, 이미 증권가에서는 신용융자 이자율이 1%포인트 인하될 경우 영업이익이 약 4%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 15일 키움증권에 대해 신용융자 이자율의 하락폭이 3%p 이상이 아니라면 주가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실제 하락폭이 4%p가 넘으면서 주가 하락이 가속화됐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이익감소와 증권사 무료수수료 이벤트 증가에 따른 고객 이탈,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에 따른 이익감소 우려 등으로 키움증권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전반적으로도 수동적인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큰 증권사의 경우 신용융자금리를 내릴 경우 곧바로 1년에 수백억원 이상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론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증권업계는 당분간 자세를 낮추는 것이 상책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