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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이 현대제철의 새로운 전략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차로 10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순천 냉연공장과 단조공장에서는 자동차강판,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향후 현대제철의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6일 경기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순천. 그곳에서는 냉연공장 No.3CGL(아연도금설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대제철 순천 냉연공장에서는 자동차강판으로 쓰이는 아연도금강판(GA)을 생산 중이다. 현대제철은 2020년까지 차강판 1000만톤 공급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곳 순천에 아연도금설비 3호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전체 공정률은 90%에 달하며 현재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내년 3월에는 No.3CGL에서 첫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6개월이 지난 내년 9월에는 정상 조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미래 자동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순천공장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No.3CGL(아연도금설비)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이미 냉연강판, 전기아연도금강판, 칼라강판, 산세도유강판, 아연도금강판 1,2호 라인을 갖춘 순천공장은 No.3CGL 건설로 연산 250만톤의 냉연강판 생산설비를 갖추게 된다.
현대제철이 순천공장에 아연도금설비 3호 라인을 증설하기로 결정했을 당시에는 현대기아차 위주로 자동차강판을 공급한다는게 최우선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차가 중국의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아연도금강판 외판재의 글로벌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 말에 따르면 아시아권에서 사용하는 아연도금강판 외판재는 GA다. GA란 아연도금강판(GI)에 다시 한번 열처리를 해 합금화를 시킨 강판을 뜻한다.
GA의 장점은 뛰어난 용접성에 있다. 또한 열처리로 합금화시켰기 때문에 부식에 강하다. 반면 GI에 비해 열처리라는 공정을 한번 더 진행했기에 원가가 올라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존재한다.
아연도금강판 외판재 글로벌 기준은 GI다. GI는 열처리를 하지 않고 냉연강판 외부에 아연만은 입힌 아연도금강판을 일컫는다. 용접성은 GA에 비해 떨어지지만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GI 외판재를 자동차강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스페셜한 기술이 필요하다는게 현대제철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적용해 GI 외판재를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에 공급 중이다.
현대제철은 GI 외판재를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에 공급한 경험이 있으며, 더 많은 글로벌 업체에 공급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차강판 스펙이 전부 다르다"며 "이러한 스펙을 맞추기 위해 현재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냉연공장에서 차로 10여분 달려 순천 단조공장에 도착했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들여온 1만톤 자유단조 프레스는 지난 6월 5일 처음으로 선박 엔진 부품인 크랭크 스로(Crank Throw)를 생산했다.
도착 직후 간단한 회사 소개를 듣고, 바로 1만톤 자유단조 프레스 생산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공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확 와닿으며 여기가 단조공장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렸다.
1만톤 프레스로 뻘겋게 달궈진 잉곳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쿵쿵 찍자, 그 단단한 쇳덩어리가 길게 늘어났다. 프레스로 가해지는 힘이 1만톤에 달해, 1만톤 프레스라는 설명을 들으니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5년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하며 단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조선엔진 부품이 대부분인 단조품은 지난해 수주절벽 영향으로 일감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순천 단조공장은 지난해 매출 1500억원을 목표로 세웠으나 달성하지 못했다. 내년 목표는 3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조선 불황으로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단조공장은 현재 자동차용 금형강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직까지는 개발 단계에 있으나 이르면 내년 초에는 자동차 부품인 GENERATOR Shaft, C/Rod, Crank Shaft, 범퍼용, 허브용 등 5가지를 생산할 수 있을 예정이다.
자동차용 부품과 같은 제품들은 크기가 작아 소형 프레스에서 생산된다. 이에 따라 1만톤 자유단조 프레스는 향후에도 대형 단조품 생산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91톤 잉곳을 사용해 크랭크 스로를 생산한 것이 지금까지 1만톤 프레스에서 생산된 제품 중 최대 사이즈"라며 "120톤의 잉곳까지 1만톤 프레스에서 생산할 수 있어 향후 대형 단조품 생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