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코, 방송광고 수익 악화에 디지털 광고대행 노려디지털 미디어렙사들 "한쪽만 개방은 불공평"…불공정 경쟁 우려
  •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표시석(위)과 한국온라인광고협회 CI(아래). ⓒ코바코, 온광협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표시석(위)과 한국온라인광고협회 CI(아래). ⓒ코바코, 온광협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 사장의 크로스미디어렙 제도 도입 요구에 디지털 미디어렙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30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크로스미디어렙 제도란 광고주의 광고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미디어의 광고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곽성문 사장은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공익적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추세인 크로스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국회에 크로스미디어렙 제도 도입이 가능토록 하는 법안 정비를 요청했다. 이에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코바코의 대행 영역 확대를 위한 크로스미디어렙 제도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공영 미디어렙사인 코바코는 지상파 19개, 지상파 DMB 7개, 기타 매체 등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해왔다. 이번 크로스미디어렙 제도가 도입되면 코바코는 방송광고뿐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등 디지털 광고도 대행할 수 있게 된다.

    코바코는 방송 광고 수익이 악화되자 해당 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디지털 광고 대행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코바코의 2017년 방송광고 영업 예상 매출은 9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광고의 급성장, CJ E&M과 종편의 성장 등의 영향으로 인해 올해 8월까지의 방송광고 취급고는 6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인 899억원이나 감소했다.

    KBS·MBC 파업의 영향도 컸다. 코바코에 따르면 KBS·MBC 총파업 이후 불방 등으로 인해 감소한 광고 수익은 KBS 70억원, MBC 310억원 등 총 3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디지털 광고비는 모바일 광고 성장세에 힘입어 방송 광고비를 올 상반기에 최초로 넘어섰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방송 광고비는 약 1.6% 감소했으나 디지털 광고비는 약 11.8% 증가했다.

    코바코가 디지털 광고 대행에 나선다는 소식에 디지털 미디어렙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현재 국내 디지털 미디어렙사는 나스미디어, 메조미디어, 인크로스, 작시스코리아, DMC미디어, 크로스미디어 등 총 6개로,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미디어렙사에서도 이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얘기한다"며 "코바코 쪽에서 온라인 미디어를 한다고 하면 우리 쪽도 (방송광고 대행을) 개방해줘야 맞다. 한쪽에서만 개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 관계자는 "대형 방송 미디어렙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 진출할 경우 사실상 (디지털 미디어렙사는)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없어 불공정 경쟁 환경에서 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크로스미디어렙 제도가 통과돼도 코바코가 디지털 광고 대행에 적응하기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 광고 솔루션, 디지털 매체들과의 관계 조성 등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모바일 매체들도 많고 미디어렙도 광고 거래를 하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고착화되어가는 상황에서 지금 코바코가 들어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당장에 뭐가 될 것 같진 않다"며 "(코바코도) 디지털 광고를 팔 만한 인프라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