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위원회 구성·용역 발주 등 여전히 모호… 갈등 부채질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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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고속철도(SRT)가 9일 개통 1주년을 맞는다.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내년 2주년을 맞을지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내년 초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통합 논의와 관련해 명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먹구구 행정으로 철도업계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5만명·누적 1882만명 이용
SRT는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를 열며 지난해 12월9일 개통했다.
㈜에스알(SR)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집계된 누적 고객은 총 1882만명이다. 하루 평균 5만2280명이 SRT를 이용했다.
노선별 이용현황은 경부선 1434만명(76.2%), 호남선 448만명(23.8%)으로 나타났다.
탑승객 이용구간은 △수서~부산(15.4%) △수서~대구(12.2%) △수서~광주송정(7.8%) △수서~대전(6.7%) △수서~울산(4.4%) 등의 순이다.
주요 역별 이용객 수는 수서 1220만명, 부산 551만명, 동대구 442만명, 대전 267만명, 광주송정 218만명, 동탄 209만명 등이다.
회원은 3일 현재 246만명으로 집계됐다. 인천·경기 거주자가 30.2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서울(29.65%), 부산·울산·경남(15.71%), 대구·경북(8.22%), 광주·전남(7.26%), 대전·충남(5.71%) 등이다.
SRT는 1년간 총 4만3800회 운행하며 총연장 1639만㎞를 달렸다. 정시율은 국제철도연맹(UIC) 기준 99.85%를 기록했다.
SR은 개통 1주년을 맞아 8·9일 이틀간 SRT 전용역사인 수서·동탄·지제역과 열차 내에서 고객감사 행사를 벌인다.
8일 수서역에서는 지난해 개통일에 태어난 유아 6명을 선정해 '평생친구'를 맺고 생일축하 잔치를 벌인다. 고객이 직접 마련한 공연과 함께 희망우체통 제막식도 열린다.
9일에는 SRT 수서·동탄·지제역에서 황금달걀 2만개를 주는 에그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수서역에선 양준혁·이종범·송진우·이병규 등 프로야구 전설의 팬사인회를 비롯해 모래·버블아트 등이 펼쳐진다.
열차에선 콘서트가 열린다.
이날 SRT 이용 회원에게는 30% 할인쿠폰도 준다.
이승호 대표이사는 "SRT의 혁신, 안전, 서비스를 믿어준 고객 덕분에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며 "고객 눈높이 서비스는 물론 끊임없는 변화로 우리나라 고속열차 문화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SRT 2주년 행사 불투명… 내년 코레일 통합 논의 점화
SR로선 개통 첫돌을 맞았지만, 2주년을 SR 간판으로 계속 맞을지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SR은 내년 1월 초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공산이 크다. 이후에는 바로 코레일과의 기관 통합 논의가 불붙을 예정이다.
국토부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 관련 전담반(TF)을 꾸려 통합·분리 운영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할 계획이다. TF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위원회 형식으로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앞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모델로 위원회를 구성할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통합 논의 관련 용역은 위원회 설치 이전에 발주하며 다음 달 발주가 유력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로선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 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SR이 SRT 두돌 맞이 행사를 코레일 이름으로 치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축하받아야 할 잔칫날을 앞두고 언제 시한부 선고가 내려질지 몰라 초조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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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수개월째 주먹구구 행정으로 불안만 가중
국토부는 주먹구구 행정으로 철도업계의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통합 논의와 관련해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구성 규모나 방식 등에 대해선 아무 것도 구체화한 게 없다.
용역 발주 시기에 대해선 고무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안에 용역을 발주한다는 태도다. 1·2월이 여의치않으면 3·4월에 한다는 입장이다. 6월까지 지연되지는 않게 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찰공고 후 만약 유찰이 거듭되면 입찰 절차로만 한두 달이 소모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위원회 구성이나 운영도 안갯속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원전 공론화위원회 모델과 관련해선 "사례를 살피고는 있으나 계획을 구체화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 여부에 대한 결론 도출 시기에 대해서도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일단 내부적인 목표는 내년 안에 결론을 내는 거라는 견해다. 하지만 휘발성이 강한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방법론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조, 산업계,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찬반 의견이 첨예한 경우 논의 과정이 하염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국토부 내부 결재라인에서조차 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철도 통합 논쟁이 문재인 정부의 공공성 강화와 맞물려 화두로 던져졌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가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그는 "공공성 강화는 이용자가 싸고 편리하게 빠르고 안전한 철도를 이용하는 건데 SRT 출범으로 경쟁체제가 갖춰지면서 코레일 독점체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성과들이 고객에게 체감되고 있다"며 "(문 정부로선) 철도노조와의 약속을 지키자니 상충하는 부분이 생겨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