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용역 발주·논의기구 구성 결정된 거 없어"SR 경영 공시하는 3월 이후 논의 본격화할 듯
  • ▲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과 이승호 SR 사장.ⓒ뉴시스·㈜SR
    ▲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과 이승호 SR 사장.ⓒ뉴시스·㈜SR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 고속철을 운영하는 ㈜에스알(SR)의 통합논의에 대처하는 두 기관의 CEO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영식 신임 코레일 사장은 취임사에서 "SR과의 통합을 미룰 수 없다"고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반면 이승호 SR 사장은 "언급할 게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통합논의 절차와 관련해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용역 발주나 논의기구(TF) 구성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며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

    ◇오영식 "통합 서둘러야"… 이승호 "노코멘트"

    오 사장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SR과 통합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짧은 철도 거리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반감시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며 "고속철도 운영의 일원화야말로 국민편익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다"고 역설했다.

    취임사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오 사장은 취임 사흘째인 8일 철도노조와 해고자 복직에 전격 합의했다.

    오 사장과 노조는 파업 등으로 발생한 해고자에 대해 조속한 복직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철도 조합원 근무여건 개선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오 사장은 취임식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대전 본사 앞 해고자 농성 천만을 방문했었다.

    오 사장이 취임 이후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SR과 통합에도 속도를 낼 거라는 전망이다.

    오 사장은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철도산업구조 등에 관해 이른 시일 내 (언론에) 설명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SR 통합논의와 관련해 철도 분야 비전문가이고 기존 코레일의 주장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민감한) 이슈를 취임식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지 않고 말했겠느냐"고 답했다. 3선 정치인이 흰소리나 치려고 던진 말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SR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사장은 통합논의와 관련해 "밖에서 어떤 말이 있든 간에 언급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달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SR이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정부가 통합의 필요성을 판단해 결정할 부분으로, (SR은) 정부 방침과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 사장은 SR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공공성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조직을 개편했다"면서 "(적자 노선인 전라선의 SRT 투입 등 공공성 강화와 관련해서도) SR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결정)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통합논의를 코레일이 결정하는 게 아님에도 오 사장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 사장은 지난번 통화에서 "(통합이 아니어도) 한국전력 사례처럼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해 (SR이) 역할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중부발전·남동발전 등 100% 출자한 발전회사 6개를 두고 있다. 이 사장의 말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설립 목적에 맞게 각자 공공기관의 소임을 수행하면 되지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철도업계에선 반년 동안 공석이던 코레일 사장 자리가 채워짐에 따라 앞으로 통합논의가 본격화할 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스타일이 다른 두 기관장이 휘발성 강한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되는 가운데 SR은 CEO의 입과 귀가 돼 여론전을 펼칠 홍보실의 진용에 변화가 생겨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SR 홍보실장은 오는 18일까지 낸 휴가를 끝으로 SR을 떠날 예정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에 도전하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선거캠프에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R 관계자는 "신임 홍보실장은 공모를 통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지 내부 승진이나 전보를 통해 채울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국토부, 우는 아이한테 젖 물리나… 미묘한 태도 변화

    오 사장이 통합논의에 불을 댕기는 것과 달리 국토부의 반응에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다만 무엇하나 "결정된 게 없다"는 견해여서 가변성은 크다. 국토부가 코레일의 장단에 맞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통합논의와 관련해 추진 시기와 방법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 SR의 운영 실적 자료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통합논의가 섣부르게 진행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최소한 1년간 SR 운영실적을 토대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미 SRT 개통 1주년이 지났지만, SR의 지난해 경영실적 관련 결산자료는 다음 달에나 공시될 예정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코레일 사장이 공석이었던 데다 SR 성과보고서도 나오지 않아 (기획전담반(TF) 구성 등) 통합논의 작업을 본격화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국토부 설명대로면 오 사장이 급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과는 달리 국토부의 통합논의 작업은 3월 이후에나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 사장이 취임하며 통합과 관련해 화두를 던졌지만, 오 사장이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부 일각에서는 통합논의가 급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토부는 그동안 TF를 위원회 형식으로 구성하겠다고 원칙을 밝혀왔다. 이에 일각에선 원자력발전소 공론화위원회가 모델이 될 거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제는 위원회를 구성할지조차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태도다. TF를 특정한 정책 방향에 맞춰 입맛대로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국토부는 또한 통합논의 방법이나 평가요소 등을 정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는 구상이었다. 비록 용역 발주 시기에 대해선 고무줄 논란을 일으켰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용역을 발주한다는 견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밝혔듯이 용역은 진행해야죠"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용역 발주 시기는 물론 용역 시행 여부까지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귀띔했다. 국토부가 그동안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업계 일각에서는 오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철도 관련 주요 이슈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에 국토부(김현미 장관)와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