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상여금 등 포함" vs 노동계 "임금체계도 개선" vs 소상공인 "업종별 차등적용 더 중요"20일 전원회의서 제도개선 논의… 전문가 "정부 빠지고 자율성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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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면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가 재점화할 전망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현재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산정기준)에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현행법상으로도 산입범위 조정은 '정상화'가 가능하므로 본질적인 문제인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다. 노동계가 민감한 업종별 차등적용을 수면 아래 두려고 상여금 등 산입범위를 논란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제도개선과 관련한 노사 간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방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노동계에서 어수봉 위원장이 사용자 측에 편파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사퇴를 요구해 파행을 빚었다.
이에 최저임금위는 지난 8일 서울에서 공익·노동자위원이 참석한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운영위원회 소집과 전원회의 개최 등에 관해 합의했다. 노동계는 어 위원장 사퇴 요구를 철회한 상태로, 20일 전원회의에서 이에 대한 어 위원장과 노동계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논의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용자 측은 기본급과 별도로 주는 상여금과 숙식비 등을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견해다. 기본급은 적지만, 상여금이 많아 실질적인 연봉 총액은 높은 노동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가 최저임금위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진행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봐도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 제도개선 전문가 기획반(TF)에서도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정기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하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그동안 임금체계가 왜곡돼 왔다며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을 정리하지 않고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맞선다.
그동안 사용자 측이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낮게 유지하고 대신 상여금과 수당을 늘려 임금 총액을 늘리는 '꼼수'를 부려왔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을 경영계가 자초한 셈이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정기상여금이나 숙식비 등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통상임금에서는 빠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빚어진다고 우려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려면 왜곡된 임금체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사 간 견해차가 여전한 가운데 회의 전망도 밝지 않다. 최저임금위 한 관계자는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지겠으나 이날 논의가 끝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이날 회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해왔던 논의를 보면 이번 회의에서 제도개선과 관련해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노동계와 경영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정부가 대통령의 1만원 공약을 위해 밀어붙이거나 시간을 끌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 경제부처 일각과 경제자문위 등에서 최저임금 1만원 목표 달성 시기를 2022년까지 늦추자는 시간 조절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 여건과 특성을 고려할 때 잘 전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상당수 영세사업자만 범법자를 만드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1만원 공약을 폐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최저임금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올리고 반대에 부딪히니 세금으로 해결해주겠다는 게 문제"라면서 "1만원 목표는 국민총생산 등 우리나라 경제 여력을 봐도 평균 급여 수준을 웃도는 것이다. 기업에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보수가 적잖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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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측 일각에서는 노동계가 의도적으로 산입범위를 분쟁화해 제도개선의 본질인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방해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소상공인들은 상여금보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더 중요한 데 노동계와 중소기업 이상 경영계가 산입범위를 쟁점화하면서 제도개선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위가 8번이나 회의를 미루며 진행에 차질을 빚은 것은 업종별 차등적용 때문이었다"며 "경영계 내부에서조차 영세·소상공인 처지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작다 보니 정작 중요한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는 얘기도 못 꺼내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업종별 차등적용은 노동계 연대가 깨질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이어서 노동계가 더 반대한다"면서 "노동계가 전략적으로 산입범위를 더 분쟁화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상여금 등의 산입범위 포함 문제와 관련해선 "현행법상으로도 잘 조정하면 정상화 과정을 밟을 수 있다"며 "(경영계가) 처음에는 (그동안의 임금체계와 관련해) 꼼수였다는 지적을 받겠지만, 앞으로도 최저임금이 지속해서 오른다고 보면 이번 논의를 개악이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개선의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됐다고 봐야 한다"며 "관건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올리는 게 합리적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산입범위 확대보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를 더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