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 지주사 전환 "미래 먹거리 위한 조치" vs "오너가 지배력 강화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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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조 BGF 회장. ⓒBGF
홍석조 BGF 회장이 지난해 단행한 BGF리테일 지주사체제 전환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편의점에만 집중했던 사업분야를 다방면으로 늘릴 수 있어 향후 먹거리 확보를 위해 지주사전환이 필요했다는 의견과 회사분할이 사업 확장이나 과감한 투자보단 경영 승계 및 오너가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 회장은 2007년 보광훼미리마트(현 BGF)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친구 같은 회사'를 경영철학을 내세우며 줄곧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사명 변경과 업계 1위 굳히기, 한국형 편의점 안착 등이 모두 홍 회장 취임 이후의 성과다. 이러한 정황상 BGF의 지주사전환도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이라는 의견이 우선 나온다.
◇홍석조 회장의 회사분활…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 선택"
홍석조 회장이 이끄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9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을 결정하고 투자회사인 BGF와 사업회사인 BGF리테일로 분리했다. 이후 지분 교환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의 BGF리테일은 지주사인 BGF로 사명을 변경하고 BGF는 자회사 지분의 관리 및 투자를 담당한다. BGF네트웍스, BGF핀링크, BGF보험서비스, BGF휴먼넷, BGF포스트, 사우스스프링스 등이 종속된다. 신설된 BGF리테일은 BGF로지스, BGF푸드, 씨펙스로지스틱 등을 자회사로 둔다.
BGF리테일이 투자회사인 BGF와 사업회사인 BGF리테일로 분리되면서 신규 사업 확대 등에 따른 사업·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2016년 2월 BGF리테일이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을 운영하는 보광이천의 지분 85.2%를 1301억원에 매입한 이후 당시 주가가 17%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사업과 골프장 인수가 연관성이 없다며 홍석조 회장이 동생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을 도와주기 위해 BGF리테일이 보광그룹의 부실한 계열사를 매입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BGF와 BGF리테일로 분할하게 되면 편의점 사업 부문인 BGF리테일은 지주사(BGF)가 새로운 신규 사업이나 투자를 진행해도 서로 맡은 영역이 달라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즉 지주사는 보다 자유롭게 신규 사업 확대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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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로고. ⓒCU
홍 회장의 이러한 과감한 결정은 지난 2012년에도 이뤄진 바 있다.
2007년 본격적으로 모습을 나타낸 홍석조 회장은 '친구 같은 회사'를 대내외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22년간 이어온 보광훼미리마트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2012년 편의점은 CU, 회사명은 BGF리테일로 완전히 갈아엎었다.
CU는 'CVS for U'이라는 뜻으로 영어의 See you처럼 가깝고 친근한 표현이다. 우리 말로 해석하면 '당신을 위한 편의점'이라는 뜻으로 기존 공급자 중심의 편의점(도입 초기 일본형 편의점)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한국형 편의점을 표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명 변경에는 다양한 설이 있지만, 그 중 일본색이 강한 훼미리마트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친구'라는 느낌을 주기 어려웠기 때문에 홍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CU 브랜드 런칭 이후 2년 만에 홍 회장은 코스피 주식상장을 통해 IMF 당시 일부 차입했던 일본 훼미리마트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한국 편의점 독자노선을 강화했다.
IPO(기업공개)에서 홍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초일류 종합유통서비스 기업으로 BGF리테일을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러한 홍 회장의 미래 청사진은 과장된 발언으로 해석했다. 내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국내 유통업계에서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던것도 이 때부터였기 때문에 편의점 위주의 사업을 진행해 매출 10조원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홍 회장 취임 당시 3700여개에 불과했던 CU 점포수는 올해 2월 기준 1만2653개로 4배가량 눌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몇 안되는 성장세다.
실제로 BGF리테일의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387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달성했으며 당기순이익은 280억원을 기록했다. 단 지난해 11월 1일을 분할기일로 BGF에서 인적분할돼 신규설립됨에 따라 이번 실적은 작년 11∼12월분이다.
2020년 매출 10조원 달성을 위해서는 편의점 사업 이외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BGF리테일의 지주사 전환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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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국민 참여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내용. ⓒ청와대 홈페이지
◇"지주사 전환은 후계자 승계 위한 노림수일 뿐"…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목적'
일각에서는 이번 회사분할이 사업 확장이나 과감한 투자보단 경영 승계와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목적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BGF는 지난 1월, 1조916억원 규모의 유산증자를 실시하고 자회사인 BGF리테일의 주식 518만여주를 공개매수 하기로 결정했다. BGF가 공개매수로 BGF리테일의 지분을 취득한 것은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비상장사는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 지주사 요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BGF는 BGF리테일의 지분 30%을 획득할 수 있다.
문제는 홍석조 회장이 BGF리테일의 지분 31%를 보유 중이었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홍 회장 일가의 BGF 지분율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 일부 주주들은 청와대 국민 참여 게시판에 'BGF, BGF리테일 관련 조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모회사에서 유상증자 1조원을 통해 사업회사 회사지분 30%와 교환 사업주는 자기 돈 한 푼 안 드리고 모회사 지분을 70% 확보할 수 있다면 이것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차후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훨씬 적은 돈을 들이고도 회사를 물려줄 수 있다면 이 또한 정상적인 상황이냐"고 비난했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 인상 쇼크와 편의점 경쟁 심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홍석조 회장의 지주사 전환이 자칫 '지배력 강화'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핵심 사업인 편의점 자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영역 개척 및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BGF의 말처럼 지주사 전환을 하는 것이 맞다. 지주사 전환은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상태에서 다양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편의점 사업으로 성장을 이어갔던 BGF가 다방면에서 사업을 확장 및 구상하고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