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영통점 매장 곳곳에 매진 안내문 줄줄이납품 중단·물량 조절 영향"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고객 반응
  • ▲ 국산맥주로 채워진 수입맥주 코너 ⓒ김보라 기자
    ▲ 국산맥주로 채워진 수입맥주 코너 ⓒ김보라 기자
    지난 10일 오후 4시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수원영통점을 찾았다. 주말 저녁 장보기를 앞둔 시간대답게 매장 안에는 장을 보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카트를 끌고 식료품 코너를 오가는 가족 단위 고객들과 삼삼오오 모여 선 고객들이 매대 앞에 서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대가 비교적 채워져 있는 듯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분위기는 달랐다. 고객들이 자주 찾는 인기 상품이 빠진 자리는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나 회전율이 높은 일부 상품으로 채워져 있었고 동일 상품을 여러 칸에 걸쳐 진열해 매대 공백을 최소화한 모습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얼핏 보면 물건이 충분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지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매대 곳곳에 붙은 매진 안내문에서도 확인됐다. 가공식품 매대에는 빈 공간이 그대로 드러났고 일부 진열대는 대체 상품으로 급히 채운 흔적이 역력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자금 사정 악화가 매장 현장까지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기본 상품군에서의 공급 차질이 반복될 경우 집객력 약화와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입맥주 코너의 변화는 특히 두드러졌다.

    수입맥주 5개에 9900원 행사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매대에는 호가든과 칭따오 정도만 진열돼 있었고 부드바르 비어 오리지널 캔과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주요 브랜드에는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른 수입맥주가 있는지 묻자 매장 관계자는 "현재 진열된 브랜드가 전부"라고 말했다.

    비어 있는 진열대는 국산 맥주 카스 등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매대를 비워두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과자 코너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매대가 꽉 차 있는 듯 보였지만 중간중간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롯데웰푸드와 해태 등 주요 제조사의 초콜릿, 과자류에서 매진 표시가 다수 확인됐고 인기 상품이 빠진 자리는 PB나 동일 상품이 여러 칸에 걸쳐 진열돼 있었다.
  • ▲ 과자코너 매진 안내문 ⓒ김보라 기자
    ▲ 과자코너 매진 안내문 ⓒ김보라 기자
    생수 코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PB와 동원, 농심, 오리온 상품은 진열돼 있었지만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인 제주삼다수는 전용 코너가 사라지고 홍보 팻말만 남아 있었다. 판매가 중단된지는 약 한 달 정도라고 매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매대 변화의 배경으로 납품업체들의 리스크 관리 움직임을 꼽고 있다.

    홈플러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납품 대금 결제가 지연되고 이에 따라 일부 납품업체들은 대금 정산에 대한 불안감 속에 납품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판단이 매대 구성 변화와 매진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는 결제 상황에 맞춰 납품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정상 물량을 그대로 공급하기보다는 실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점포별 최소 물량만 넣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중요한 유통 채널인 것은 맞지만 자금 상황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납품을 늘리기는 부담이 크다"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도 "판매 대금과 관련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현재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매장을 둘러보던 한 고객은 "라면이랑 과자를 이것저것 사려고 왔는데 막상 고를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며 "맥주도 종류가 많이 빠져 있고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같은 기본 양념류도 매진이라 평소보다 고를 수 있는 상품이 확연히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 타제품으로 채워진 삼다수 코너 ⓒ김보라 기자
    ▲ 타제품으로 채워진 삼다수 코너 ⓒ김보라 기자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인가 후 인수·합병(M&A)을 위한 검토와 협의에 나섰다. 계획안에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 정리와 자산 유동화를 통한 채무 변제, 사업성 개선 방안이 포함됐다. 노조와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도 진행 중이다.

    회생의 관건으로 꼽히는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은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증권,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이 회생기업(DIP) 대출 방식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과 향후 3년간 자가 점포 10개 매각, 6년간 부실 점포 41개 정리 등 몸집 줄이기 방안도 계획안에 담겼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홈플러스 경영진 4명에 대한 구속 여부가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만약 경영진 구속이 현실화될 경우 긴급 운영자금 조달과 회생 절차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절박한 시점에 주요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회생 절차 중단과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 곳곳이 비어 있는 과자코너 ⓒ김보라 기자
    ▲ 곳곳이 비어 있는 과자코너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