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인상 전제 상여금 등 포함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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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나 국회가 시장의 충격완화를 위해 속도 조절이나 적잖은 인상을 전제로 산입범위(산정기준) 조정을 물밑 협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긴 시계열로 봐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의 적절한 인상으로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장과 사업주에게 어느 정도 수용성이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1060원) 올랐다. 2020년 1만원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2년간 평균 15.2%씩 올려야 한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8678원은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경제단체 일각에선 노사 간 쟁점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해 여당이 대선 공약 달성을 위해 야당과 물밑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말미암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대신 내년도 비슷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시도할 거라는 견해다.
최저임금위원회 전 사용자위원은 "앞서 8개월 동안 논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만큼 노동계 요구대로 산입범위 조정을 다시 최저임금위에서 다루더라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에서도 2020년 1만원 달성을 위해 산입범위 개정이 불가피하다 보고 정기상여금 포함과 내년 인상률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계 주장에 동조하는 돌출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요구를 이런 맥락에서 풀이하는 견해도 있다.
경총은 전날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위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경총은 개정안에서 산입범위에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 등을 포함하기로 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기업은 통상 상여금을 격월이나 분기·반기로 지급하고 있어 '매월'로 규정할 경우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상여금 지급주기를 바꾸려면 노조 동의를 얻어 단체협약을 고쳐야 하는 만큼 산입범위 확대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전 사용자위원은 "경총에는 자체 연구인력이 있어 이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낸다"며 "(전날 돌출발언은) 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 합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만 심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에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는 경총의 견해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노위는 24일 오후 9시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산입범위 조정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재논의한다.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는 지난 21일 소위에서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기로 공감대를 이뤘었다. 식비·숙식비 등 복리후생비 포함과 관련해선 여야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이번 국회를 넘기면 원 구성 협상과 맞물려 논의가 9월 정기국회까지 공전할 수 있다고 보고 24일 소위에서 결론을 내 28일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생각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환노위가 산입범위 조정 논의를 강행하면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에 불참하겠다고 경고했다. 24일에는 오후 7시30분부터 고용노동소위가 끝날 때까지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의 산입범위 조정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