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페 드 바디프랜드' 교대직영점에 설치된 파라오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정상윤 기자
    ▲ '카페 드 바디프랜드' 교대직영점에 설치된 파라오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정상윤 기자


    바야흐로 '안마의자 전성시대'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1순위 혼수 아이템'이 된지 한참이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000억원에 달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0배 가량 커졌다. 이같은 성장세는 렌탈 구매 방식의 확대와 함께 힐링과 웰빙, 휘게 트렌드와 맞물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전년보다 15% 이상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뛰어드는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은 넓어진 반면 가격 적정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만 간다. 안마의자를 둘러싼 이슈와 궁금증을 기획 시리즈로 짚어봤다.<편집자주>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30대 최 모씨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안마의자를 체험하려고 앉았다가 병원 신세를 지게된 것이다.


    최 씨는 오른쪽 발목이 안마의자 틈새에 끼여 무려 40분 동안이나 옴짝달싹 못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유압기 등으로 안마의자를 해체한 후에야 겨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 씨는 이 사고로 타박상과 피부질환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안마의자로 인한 사고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춘천의 한 대학건물 실험실에 설치된 안마의자의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한 일도 있었다. 이 불로 20대 남성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실험기계 등이 그을리면서 소방서 추산 13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안마의자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5~2017년)간 접수된 전기안마기 위해사례는 총 262건이었다. 이 중 안마의자와 관련된 사례는 절반이 넘는 148건(56.5%)이나 됐다. 그만큼 제품의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2015년 71건, 2016년 92건, 지난해 99건 등 위해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는 중국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추세와 맥을 같이 한다.


    국산에 비해 품질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 OEM 제품이 증가하면서 소비자 위해 사례도 늘고 있는 것이다. 최 씨가 체험하려다 발목이 낀 안마의자도 중국 OEM 제품이다.


    소비자원이 안마의자 사용 부작용이나 상해가 발생한 72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통증이 29.2%(21건)로 가장 많았고, 골절·염좌 등 '근육·뼈 및 인대 손상'이 26.4%(19건)로 뒤를 이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안마의자로 피로를 풀려다 골병만 얻을 수 있다"며 "중국 OEM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우수한 국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OEM 제품은 또, 고장과 AS(사후 관리)에 소비자 피해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안마의자 중 90% 이상이 중국 OEM 제품인 것으로 파악된다. 아예 중국 OEM 제품만을 취급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대기업인 LG전자뿐 아니라 바디프랜드, 장윤정의 안마의자로 잘 알려진 코지마, 홍진영의 안마의자 브람스, 코웨이, 쿠쿠전자, SK매직, 신일산업, 교원웰스, 휴테크, 쉴렉스 등이 그렇다.

    게다가 중국 OEM 제품은 '미투(me too, 베끼기)'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2월 쿠쿠전자와 바디프랜드 사이에 있었던 논란도 '미투' 때문이다. 당시 바디프랜드는 쿠쿠전자가 프리미엄 안마의자 '내추럴 릴렉스(모델명 CMS-C10DB)'를 출시하자 "자사 제품인 '퍼스트레이디'와 '레지나'를 섞어놓은 듯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내추럴 릴렉스'는 중국 OEM 제품이다.


    더욱이 미투 제품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수익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업체들의 R&D 투자 의욕을 꺾는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난립으로 시장 질서도 혼탁해질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 품질은 떨어지고 제품을 오인·혼동해 구매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중국산 제품에 단순히 상표만 붙여 판매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면서 "불량률도 높고 기술과 품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없는 중국 OEM 제품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체 기술력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