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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북은 종전의 경제 교류를 넘어 경제 공동체 조성과 유라시아 신경제 구축을 바라보고 있다. 한반도 평화라는 전제가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방향성이 정해진 만큼 이제 속도의 문제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남북 경제 화합에 따른 변화를 예견해 봤다. <편집자 주>
세계 12위, 우리나라의 GDP 순위다.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은 1조6932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바로 앞선 러시아와 격차는 약 263억 달러이며 세계 10인 캐나다와 약 1000억 달러 차이를 보인다.
GDP 순위가 국가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경제 강대국으로서 입지를 무시할 순 없다.
세계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또 다른 선진국 모임인 G10에 의해 결정된다. G10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국을 비롯해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이 포진돼 있다.
OECD 내 경제정책위 산하의 비공식 실무기구인 G10 그룹은 국제통화 및 금융정책을 협의한다. 사실상 OECD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기구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보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남북 경제협력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한반도 신경제지도, 3대 경제벨트 형성
남북이 그리는 경제지도는 남북한을 넘어 동북아 국가들과 상호 경제적 이해관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동해권, 환서해권, 접경지역 등 3대 경제벨트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환동해권은 원산·함흥, 단천, 나선 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자원벨트를, 환서해권은 수도권, 개성·해주, 평양·남포,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산업벨트를 말한다.
접경지역은 DMZ 생태평화안보관광지구, 통일경제특구를 연결하는 환경·관광벨트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인프라 조성을 위한 대북투자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지난 2014년 북한 개발을 위한 재원 규모로 약 1400억 달러(한화 약 151조원)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주로 철도 산업에 773억 달러, 도로 374억 달러, 전력 104억 달러, 통신 96억 달러 등이다.
대규모 투자로 우리나라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앞으로 거둘 부가가치 효과를 고려하면 아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북투자로 인해 산업부분별 파급효과를 진단한 결과 건설의 경우 253조3000억원의 부가가치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도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의 경우 105조3000억원, 1차 금속제품은 26조6000억원, 전기·전자는 20조원 등 대북투자로 상당한 이익을 취할 것이란 진단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애널리스트는 “산업부분별로 인트라 투자를 위한 건설, 부동산 산업과 북한의 자원개발로 인한 금속제품 산업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경제 개혁 北…베트남 ‘도이모이’ 선택하나
인프라 개선을 위한 대북투자가 이어져도 북한 역시 경제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앞서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 베트남 등도 경제 개혁을 통해 성장한 만큼 두 나라 중 한 곳을 모델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건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공산당 1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이른바 ‘도이모이(Doi Moi)’ 정책이다.
이 정책은 농업개혁, 가격자유화, 금융개혁을 펼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해외 공적지원자금을 활용했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 2001년 미국과 베트남은 상호무역협정을 발효했다.
이후 5년간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8배 증가했다. 이는 베트남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북한 역시 농업개혁과 경공업 발전 정책을 채택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장기간 토지사용권을 인정하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필품 부족 해소와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경공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원조를 받기 위해선 북한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로 나와야 한다.
가장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대북제재와 별개로 국제금융기구 가입 신청은 할 수 있어 인프라 건설 등 본격적인 원조를 받을 수 있다.
다만 IMF에 가입하면 회원국으로서 환율제도 운용 등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이밖에도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에도 요청할 수 있지만 선진국의 확답을 받아야 한다.
일례로 2015년 북한은 AIIB에 가입하려 했으나 중국이 북한의 금융과 경제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입을 거부했다. IMF나 WB의 경우도 미국의 지분이 큰 만큼 미국의 의지에 따라 북한의 회원국 가입이 가능하다. -
◆남북 경협, 이미 전 세계가 눈독
북한의 경제 개방을 바라고 있는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가까운 중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이 거대 자금을 들고 투자할 준비를 마쳤다.
남북 화합을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다간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에는 중국의 150개 회사가 진출해 있으며 미국,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등 글로벌 회사들은 대북제재가 풀리는 것과 동시에 중단했던 사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태국의 록슬리는 1996년 북한의 조선 체신 회사와 7대3 지분으로 동북아전기통신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나진 일대와 국경 부근 통신망 건설을 추진해 2700만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2000년까지 1400만 달러를 실제 투자했으나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로 이동 통신을 비롯한 통신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몽골의 HB오일은 조선석유개발회사의 주식 중 20%를 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2017년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안에 의해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파리젤수스 그룹은 2004년 북한 보건성 산하 평양제약공장과의 공동 투자로 평수제약합영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평양에서 다양한 약품 생산 및 판매, 약국 가맹점을 운영했다.
2017년 대북제재 결의한 채택 후 제재 대상이 됐지만, 인도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북 경협은 분명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에 나선다면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며 “북한에 대한 정부의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민간기업도 확실하게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경제 협력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