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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고삐를 당기자 상장 증권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한층 강화된 주주권을 행사키로 하며 상장 증권사는 물론 재계 전체가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연금과 공단을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가 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을 굴리면서도 소극적인 주주권리 행사로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 배당 주주제안권 행사 등을 추진한다.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행위, 횡령, 배임, 과도한 임원보수 한도, 지속적인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없는 경우 등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안으로까지 주주권행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점에서 상장사들은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또는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입장에서도 국민연금의 향후 정책방향은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거래를 맡길 고객이 될 수 있고, 한편으로는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주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20조원을 굴리는 자본시장 큰 손 국민연금은 분기 또는 반기별로 거래증권사를 선정함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매매실행 능력과 수수료, 주식운용 리서치 능력과 재무안정성 등 인력과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도입한 이후 국민연금이 주주로서도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못지 않은 지분을 국민연금이 보유할 수 있고, 배당, 이사회 선임과 구성,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업계 역시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오너회사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2분기 주식대량보유 내역에 따르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으로 4월9일 기준 11.20%이다.
NH투자증권은 6월 7일 기준 10.77%로 두번째로 높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을 주요 자회사로 둔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지분율은 9.13%,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지분율은 8.98%로 집계됐고,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등은 5% 미만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투자기업의 배당과 관련해 직접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의 경우 사실상 경영참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증권가의 대응 역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적극적인 자본확충과 투자가 필수인 증권사에 대해 배당 확대와 고용, 지배구조 개선 등은 과도한 경영간섭의 우려를 안고 있다"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과 배제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논란도 국민연금과 관할 부처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안에 ▲배당관련 주주활동 개선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주주대표 소송 근거 마련 ▲손해배상 소송 요건 명문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중점관리사안 추가 선정·확대 ▲기업과 비공개 대화 확대 ▲이사회 구성·운영, 이사, 감사선임 등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위탁운용사 활용한 주주활동 확대 등에 나선다.
국민연금이 현재는 배당 확대에 한해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부당지원, 경영진일가 사익 편취, 횡령, 배임, 과도한 임원보수 등 주주와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사안까지 주주권행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