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세이프가드 등 어려운 영업 환경 불구 '승승장구'MC사업, 글로벌 저성장 기조 및 턴어라운드 동력 부재 '이중고'
  • ▲ LG전자 H&A사업부문 실적(좌)과 MC사업부문 실적(우)
    ▲ LG전자 H&A사업부문 실적(좌)과 MC사업부문 실적(우)
    LG전자가 지난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두자릿수 이익률로 선전한 '가전'과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한 '스마트폰' 사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전사업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영향을 받고 있고 스마트폰사업은 전세계적으로 저성장 국면이라는 점에서 사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극명하게 다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5조 194억 원, 영업이익은 7710억 원을 기록,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냈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조 1424억 원, 1조 8788억 원으로 기록됐다.

    상반기 매출액이 30조 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18.5%나 증가한 수치여서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전자업계에서도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기간 세이프가드 비호를 받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 LG전자와 더 비교가 됐다"며 "가전사업으로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냈다는 것도 업계에서 관심을 끄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이처럼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가전사업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나타낸 덕분이다. 정통 '가전왕'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굳혔다는 평가다.

    가전사업의 양대 축인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와 HE(Home Entertainment)부문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빠르게 전환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을 맡고 있는 H&A사업본부는 올 상반기 10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LG전자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기존 주력 제품들을 프리미엄 라인 중심으로 재정비한 것이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높이는데 작용하고 있고 여기에 스타일러,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신가전 3종이 국내시장에서 인기몰이에 나서며 새로운 성장 가능성도 발견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세이프가드' 발효로 LG전자 백색가전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깊다는 평가도 나온다.

    HE부문도 OLED(올레드)TV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에 속도를 내면서 올 상반기 12.4%라는 영업이익률 달성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LG전자가 이끄는 올레드TV 진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다만 1분기에 기대치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탓에 2분기 매출 성장률은 다소 주춤했고 이익률도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 된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은 적자 수준을 더욱 키우는 양상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자체적인 제품 경쟁력이나 사업 전략에 실책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에는 중남미 시장에서 100달러 이하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에도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끌 동력이 희미하다는 점이다. LG전자도 내부적으로 당분간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 제품혁신보다는 원가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되찾는다는 계획이지만 그 이상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빠른 속도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려는 대표적인 이유"라며 "MC사업에서 시장의 기대감을 되찾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