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쇼크에 반도체 사업부장 이례적 반성문까지메모리 호황기에 부진한 1등 삼성의 위기사실상 연말 대대적 인사 및 조직개편 선언'제2 애니콜 화형식' 방법에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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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분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반도체 사업 수장의 이례적 반성문까지 내놓은 삼성전자가 연말에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쇄신 작업에 나설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특히 반도체(DS) 조직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9일 반도체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 8일 3분기 잠정실적 공시와 함께 이례적으로 반도체 사업부장이 실적 부진과 사업 위기 상황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하면서 올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호황기에 들어선 것에 비해선 저조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증권사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기도 했다. 실적발표에 앞서 증권가에서 내놓은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1조원, 영업이익 10조7000억원 수준으로 실제 실적과는 1조원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번 잠정 실적에선 사업부문별 성적표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서 부진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3E은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면서 엔비디아에 공급 상황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사실상 밝혔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이 같은 실적 악화 상황과 맞물려 주주와 고객, 임직원들에게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동안 삼성에서 실적악화 등을 문제로 사업부장이 직접 반성문을 올리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전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고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부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3가지 쇄신 방안을 밝혔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소통의 조직문화 재건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 안팎에선 이번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도 삼성전자 DS부문은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시장 분위기 속에서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상시 인사와 조직개편, 외부인사 영입을 활발히 했다. 이번 연말 인사를 시작으로 이 같은 상시 조직 변화에 더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전 부회장이 삼성 반도체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사업부장으로 전격 투입됐지만 이후 후속 인사나 조직개편은 크게 없었다. HBM 사업 관련한 일부 조직이나 반도체 연구소 일부만 미세 조정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처럼 사업부장이 본격적으로 칼을 꺼내들면서 대규모 연말 인사를 시작으로 반도체 사업 전반에 대수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삼성에 '제 2의 애니콜 화형식'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평도 나온다. 애니콜 화형식은 지난 1995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에 따라 시중에 판매된 무선전화 15만대를 전량 회수해 삼성전자 구미공장 운동장에 쌓은 뒤 임직원 2000여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를 산산조각 내고 화형식을 치른 일을 지칭한다.

    삼성은 이 애니콜 화형식을 기점으로 갤럭시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신화를 만든 전례가 있다. 삼성이 이번 반도체 사업 위기에도 이처럼 강력한 충격요법을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