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제로 성장 우려 … 상반기 장맛빛 전망 깨져 재계 1위 삼성전자 어닝쇼크에 '퍼펙트스톰' 우려까지턴어라운드 시급한데 정부는 대책 미진·정치권은 정쟁 혈안"금리인하·내수부양 정책 및 기업·소상공인 진흥 입법 서둘러야"
  • ▲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제로'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경제를 최선봉에서 이끄는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까지 발표되면서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퍼펙트스톰'(여러 악재의 복합 작용으로 인한 초대형 위기)이 불어닥치기 전에 기준금리를 내리고 강력한 내수부양책을 내놔야 하고, 특히 정쟁에 여념없는 정치권이 기업 투자 및 부양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9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달 24일 3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한다.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3분기 GDP가 직전 2분기(4~6월)보다 0.1~0.2%만 증가해도 선방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제로 성장에 그쳤을 가능성도 안팎에선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는 소비와 투자 등 여러 지표를 분석 중으로, 당초 예상을 하회하는 수치가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기재부는 올해 1분기(1~3월) GDP가 1.3% 증가했을 당시 3분기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5%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예상을 깨고 저조할 것이란 전망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내수의 핵심인 민간 소비와 건설·설비투자는 하반기 들어서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7월 2% 감소했다가 8월 휴가철 특수에 힘입어 전월 대비 1.7% 증가했지만, 9월엔 전월 휴가철 특수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소매판매 지표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함께 최근 한 달간의 시공실적을 집계한 건설기성도 5월 4.6% 감소한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4분기(10~12월)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80으로 집계됐다. RBSI가 100 미만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올해 RBSI는 1분기 79에서 2분기 85로 반등한 후 3분기 82, 4분기 80으로 다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반기 들어 하향 조정 추세로 돌아섰다. 수출 회복세와 1분기 성장에 힘입어 장밋빛 전망이 대세를 이뤘던 상반기와는 대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월 경제전망과 7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치보다 0.1%포인트(p) 낮췄다. 한국은행도 지난 8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석 달 전에 비해 0.1%p 내린 2.4%로 제시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수정했다.
  • ▲ 삼성전자 ⓒ뉴데일리DB
    ▲ 삼성전자 ⓒ뉴데일리DB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GDP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마저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발표된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시장전망치 평균)보다 약 15% 하회한 것인데, 지난 2분기 2년 만에 회복한 '10조원 고지'에서 다시 내려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 하락, 이에 대한 시장의 불안 등으로 위기론이 부상하자 경영진이 사상 처음으로 실적과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사업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고객, 투자자, 임직원에게 송구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우리 경제의 상징적 존재임을 고려할 때 사실상 '반성문'을 쓴 격이다. 

    성장이 멈춰 위기에 빠진 삼성은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경제 기여액이 1500조원을 넘긴 가운데 삼성전자는 147조1710억원으로 1위를 차지한다. 

    이처럼 우리 경제와 대내외 환경 변화가 비상인데도 국회에서는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탄핵과 퍼주기식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법안에만 몰두하면서 역동경제 구현과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 추진을 방치하고 비판마저 제기된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장에서도 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몰두하고,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로 맞불을 놓는 극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턴어라운드를 위한 통화 정책 완화, 강력한 내수 부양책은 물론 국회의 기업 및 소상공인 진흥 입법이 잇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이 기업 투자 확대를 이끌고 고용 창출, 소비 진작 등으로 연결되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경제 선순환을 위한 여러 규제 완화 및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 방향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추진 과정에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입법화 등 제도 개선 작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 0.5%p 인하한 가운데, 과도한 내수 침체를 유발하기 전에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모형실·통화정책국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을 때 실질 GDP는 1차 연도(금리 변동 1년 후까지의 영향 평가) 기준 0.07%p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영업자와 기업 모두 높은 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국은 급등하는 가계부채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현 시점이 경기 악화를 막을 새로운 기회인데 정부가 큰 부작용 없이 내수 침체 완화를 달성한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