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 시장 유입 활발, 한달 새 4조채권형 펀드에도 뭉칫돈, 수익률 개선 뚜렷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美 대선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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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 금리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채권 시장에 돈이 몰리는 분위기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대로 접어들면서 외국인 자금의 국내 채권시장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992%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연 2.978%에서 0.014%포인트 올랐지만 2거래일 연속 2%대로 마감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14%포인트 오른 3.004%을, 30년 만기 국고채는 0.001%포인트 빠진 2.942%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연 3.50%인 것을 감안하면 0.25% 포인트 씩 두 차례 금리를 내린 것보다 낮은 수준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거래가 거래된 셈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이 적극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금액은 이달 들어 현재까지 4조20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3조981억 원에서 지난달 4조4838억 원으로 순매수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3년물 순매수액은 5월 1007억 원, 6월 7679억 원, 7월 9858억 원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채권형 펀드에도 1조 원을 뛰어넘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일주일 사이 1조2919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261억 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 것으로 해외 채권형 펀드 설정액도 1913억 원 늘었다.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만 한 주간 1조5000억 원 가까이 몰린 것이다.

    평균 펀드 수익률 면에서도 지난 한 주간 채권형이 주식형보다 우수했다. 국내 채권형은 0.24%였던 데 반해 국내 주식형은 -1.81%였다. 해외 채권형은 1.22%였다.

    앞서 지지부진했던 채권 수익률은 2분기 이후 개선되기 시작했다.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 4월 -0.20%에서 이달 18일 기준 2.20%로 전환했다. 북미 채권형 펀드 역시 이 기간 -4.06%에서 -1.33%로 손실 폭을 축소했다.

    시장에서는 채권형 펀드 수익률 개선 추이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되고 있고, 주거비가 진정됨에 따라 개인소비지출(PCE)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예측에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인사들의 도비시(통화 완화 선호)한 발언 이어지면서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98%에 육박했다"며 "금주 발표된 미국 수입 물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또한 디스인플레이션 기대를 강화하는 재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 연구원은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물가 불확실성이 자극될 수 있다”며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대에 진입한 것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국채 금리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수급 쏠림에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3%를 하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2%대 후반의 시장금리가 지속되려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당분간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은 채권 투자의 변수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지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를 기록했다. 이는 6분기 만의 마이너스로 2022년 4분기(-0.5%) 이후 최저치다. 순수출과 내수 모두 뒷걸음질 친 것으로, 수출 기업을 제외한 내수 기업들의 이익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요소로 꼽힌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채권시장에 선반영 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지만 일부 수출주를 빼면 내수주 등 다른 기업 이익은 불안하다"며 "고용률 하락, 소상공인 대출 연채율 상승 등에서 보이듯 최근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미국 대선 결과도 변수로 꼽힌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무역 마찰 등이 초래돼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