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기조 번복… 어느쪽 성향 논객인지 헷갈려최근 SK 추모식서 삼성 윤부근 부회장과 대화 나눠
  • ▲ 송호근 서울대 교수(왼쪽)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송호근 서울대 교수(왼쪽)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불리던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오락가락 스탠스에 재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한때 송 교수는 각계의 진보적 움직임에 맞서 수많은 칼럼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기조가 급변했다. 

    자신이 옹호하던 재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송 교수에게 의뢰해 펴낸 ‘혁신의 용광로’란 책에 그의 성향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송 교수는 포스코가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계열사와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벤처 혁신 성장 기조와 대부분 일치한다. 진보 진영 입장과 대척점에 섰던 과거 모습과는 대조된다.

    자타공인 ‘삼성 저격수’ 꼽혔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 속도조절을 내세우는 것 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이랬던 송 교수의 논조가 또다시 바뀌었다. 격주로 게재하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80년대 운동권 세대에 흔들리는 삼성의 미래'를 걱정했다. 지난 21일 연재한 '혁명세대의 꿈‘은 이뤄질까?'라는 칼럼에서다.

    송 교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타깃으로 청와대까지 겨눴다. 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삼성을 국적 없는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려는 시도를 강하게 견제했다. 현 정권이 삼성을 흔들면 엘리엇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삼성을 ‘미아’로 전락시킨다는 것.

    송 교수의 칼럼에 대해 중앙일보측은 서둘러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을 비롯한 재계 안팎에서는 오락가락한 그의 스탠스에 난감한 모습이다.

    송 교수는 얼마전 SK하이닉스 사외이사 자격으로 故최종현 SK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행사장에서 조우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던진 말도 화제였다.

    송 교수는 대뜸  "이재용 부회장은 왜 안 왔나"라고 물었다. 난감한 표정의 윤 부회장은 "개인일정이 있어 못왔습니다"고 답했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지만 송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10여분간 질문을 쏟아냈다.

    정부의 압박에 대한 삼성의 대응방향과 향후 투자계획 등으로 윤 부회장은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일각에서는 송 교수가 내달 서울대에서 포항공대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어서 재계의 협조를 얻기 위해 자주 입장을 바꾸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속내는 알 길이 없다.

    보수 논객의 한 축을 담당하던 송 교수의 엇갈린 행보에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