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착공 의미 없어… 북측구간 예산 지원도 국회 문턱 넘어야정치·상징적 의미로 행사에 초점 맞출 수도… 현대화 수준 먼저 결정해야
  • ▲ 악수하는 남북 정상.ⓒ연합뉴스
    ▲ 악수하는 남북 정상.ⓒ연합뉴스
    남북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 연내 도로·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언급해 관심을 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호한 선언 수준에 그친다는 의견이다.

    아직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살아 있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협력을 본격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연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을 올해 안에 하기로 못 박아 눈길을 끈다.

    이날 공동선언에서 언급된 연결 공사는 주로 남측 구간에서 이뤄질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동해선 철도 남측 단절구간과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의 연결을 올 하반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동해선 철도는 남측 강릉~제진(104.6㎞) 구간, 경의선 도로는 문산~개성(11.8㎞) 구간이다. 총사업비는 동해선 철도는 2조3490억원, 경의선 도로는 5179억원으로 각각 추산됐다.
  • ▲ 북쪽으로 이어진 경의선 철도.ⓒ연합뉴스
    ▲ 북쪽으로 이어진 경의선 철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의 내용이 단편적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게 어렵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전문가는 "공동선언 내용만으로는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남측 구간 연결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데 굳이 평양까지 가서 발표할 수준인지 모르겠다"면서 "경의선은 도로만 공동조사가 이뤄진 상태로, 철도는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화 수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철도전문가는 "북측은 (지난번에도) 철도 조사를 일주일 만에 뚝딱하자는데 전 구간을 제대로 살려보려면 적어도 3개월은 걸린다"며 "연내 착공 얘기는 기존에도 나왔지만, 남북이 현대화 사업을 따로따로 착공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언문에 착공 대신 착공식이란 표현을 쓴 것에 주목했다. 그는 "(현대화사업을) 남측만 따로 착공하는 것은 의미가 퇴색한다"며 "경의선이 지나는 개성공단 내 북측구간에서 착공 행사를 열어 정치적·상징적 효과를 내는 부분을 언급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이 전문가는 "관건은 착공이 아니라 현대화 수준이다. 경의선은 어차피 단선이어서 기존 시설을 조금 보강하는 수준이라면 속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어서 효과 별로 없다"며 "여객과 화물을 함께 실어나를 수 있는 원주~강릉선 수준의 고속화가 이뤄져야 나중에 동북아 철도망을 연결할 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현대화 수준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 개성~평양 고속도로.ⓒ연합뉴스
    ▲ 개성~평양 고속도로.ⓒ연합뉴스
    도로 부문도 해석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현재 북측과 도로 연결과 관련해 협의가 이뤄지는 구간은 개성~평양 고속도로다. 지난달 중순 남북 공동조사도 개성~평양 북측구간에 대해 이뤄졌다.

    알려진 문산~개성 고속도로 개설은 계획은 있으나 지금 단계에선 논의 대상이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산~개성 구간은 2000년 초 국도 수준의 왕복 4차로 도로가 이미 연결돼 있다"며 "언젠가는 고속도로를 연결할 수도 있지만, 우선순위가 급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성~평양 고속도로가 북측 구간이어서 대북 제재가 유효한 현재로선 우리나라가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이다. 차관을 통해 사업비를 지원하고 공사는 북측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선 내년 예산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 구간에 대해 공동조사는 이뤄졌지만, 착공하려면 설계를 해야만 해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사업 구간이 150㎞가 넘어 일괄 설계한다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구간만 우선 설계해 착공한 뒤 공사와 나머지 구간 설계를 병행하는 패스트트랙을 고려할 순 있다"고 덧붙였다.

    동해선은 7번 국도에서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고성~원산 구간이 현대화사업 대상으로 거론된다.

    우선 이 구간은 아직 남북 공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이 구간에는 왕복 2차로 도로가 있다"며 "조사를 해봐야 왕복 4차로로 넓힐 건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지형상 4차로 설계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에선 해당 노선이 금강산 방향이어서 환경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보다 국도 수준의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정확한 방향은 잡히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날 남북은 SOC 부문에서 연내 착공식을 통해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으나 여건상 진행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