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 법적 다툼 확산 속 금융당국 주장 '정반대' 내용 나와美 바이오젠, 사업보고서 통해 "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삼성에 있다" 명시'동의권→공동지배권' 판단 살펴보니… 사업중복, 이해충돌 등 '방어권' 불과
  •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행정소송 등 법적다툼으로까지 이어지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그동안 금융당국의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연결, 지분법 등 회계처리 해석에 대한 모호한 상황에서 회계처리 변경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젠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삼성에 있다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젠과 공동 설립한 회사다. '삼바사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이번 논란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이 회사의 공정가치 평가 적절성과 지배력 상실 시점이 주요 쟁점이다.

    앞서 지난달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냈다. 근거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관계사 에피스를 연결 처리한 점에 대해 '위법' 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뜻하는 연결회사(종속회사)는 자회사로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거나, 과반수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이에 영향을 받는 회사는 '종속회사'가 된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년 설립부터 '관계사'로 평가했어야 하며, 2015년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4조5000억원을 계상한 것이 잘못됐다고 봤다. 

    이는 에피스의 지배력을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공동'으로 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삼성바이오와 미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과의 계약서 상 양사의 지분율이 85:15에 이사회 구성도 외형상 합작사며, 에피스의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등에 있어 바이오젠의 동의를 얻도록 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 ▲ 미국 바이오젠의 지난 2012년 사업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지난 2011년 12월 체결한 합작사 관련 내용 기재. 내용 중에는 바이오젠이 추가 자금을 제공 할 의무가 없으며 콜옵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계약상 에피스의 경영활동에 대한 권한은 삼성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 미국 바이오젠의 지난 2012년 사업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지난 2011년 12월 체결한 합작사 관련 내용 기재. 내용 중에는 바이오젠이 추가 자금을 제공 할 의무가 없으며 콜옵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계약상 에피스의 경영활동에 대한 권한은 삼성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바이오젠이 당시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금융당국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단독 지배력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증선위 의결 내용대로 바이오젠의 공동지배가 성립된다면 미국회계기준으로도 공동지배에 해당되지만,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젠의 사업보고서에는 2012년부터 매년 '삼성의 단독 지배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2012년 2월 사업보고서에는 지분 및 콜옵션 등이 포함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내용이 담겨있는데, 삼성이 계약상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기재돼 있다.

    바이오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계약 조항에 따라 85대 15 지분율 외에 '추가적으로 투자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바이오젠은 에피스 회계처리를 지분법으로 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바이오 사업 특성상 불확실성이 큰 만큼 투자를 최소화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만 비춰봐도 2012년부터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증선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에 대한 바이오젠의 '동의권'을 공동지배권으로 해석했지만, 바이오젠 생산 제품에 대한 중복 생산 제한 등 방어권(veto)에 불과하다"면서 "에피스는 2012년 설립돼 연구개발용 시설이 2012년 말 준공되는 등 2013년 초반까지 임상실험이 시작된 개발 품목이 전혀 없었던 만큼, 거액의 행사가액이 필요한 콜옵션이 2012년부터 실질적 권리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증선위 심의결과를 들여다 보면, 동기판단 근거로 2014년 임상시험 등 개발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으로 기재하면서도, 지적내용으로 2012년부터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인 권리라고 말하는 등 상호간 논리적 모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