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당대출 의혹"에 한투證 "법적 문제 없다"핵심 쟁점 TRS거래 관련 금융투자업계 "통상적 거래"일각에선 "모험자본 공급 취지 퇴색…당국의 경고"평가
  •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대출에 부당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결정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를, 금감원은 '개인대출'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고수해 쉽게 결론에 이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에 활용한 것을 개인 대출로 볼 것인지 법인 대출로 볼 것인지가를 두고 금감원의 결론이 미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당시 이 SPC는 최태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TRS는 주로 실제 투자자가 주식매입 자금이 부족할 때 실시하는 계약으로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며 자기 자금 없이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최 회장이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한 것이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조달자금으로 사실상 최 회장에게 SK실크론 매입자금을 대출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한국투자증권과 최 회장 사이에 SPC가 끼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개인대출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발행어음 자금은 개인 대출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SPC라는 '법인'에 투자한 것으로 개인대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금융 업무의 하나로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제재심에서도 이같은 논리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PC를 통한 TRS 거래는 증권업계의 관행으로 대다수 증권사에서 이뤄지는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번 거래를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회장 개인의 거래로 보게 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수행됐던 증권사의 모든 SPC 대출이 불법이 되는 것"이라며 "발행어음 자금을 SPC 유동화사채에 투자한 것일 뿐 개인에 대한 대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면서 금감원 역시 쉽게 회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차 회의에 이어 두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음 회의로 논의를 미뤘다.

    업계 내에서는 TRS 거래에 대한 입장이 한국투자증권의 주장과 유사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TRS거래는 거래수단 가운데 하나의 관행으로, 위법이 아니다"라며 "통상적으로 TRS거래와 관련해서 당국에서 별도의 제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통해 TRS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TRS 계약에 따른 소유권 및 주주로서의 권리는 SPC에 있기 때문에 이번 계약 역시 최태원 회장 개인에 대한 대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 주식에 대한 권리 행사자가 사실상 최 회장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논란이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발행어음 자금이 대기업, 특히 그룹 총수인 최 회장에 흘러간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를 둔 자체를 당국이 문제삼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이 중기·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로 발행어음 사업 기회를 제공한 상황에서 해당 자금이 결과적으로 대기업 계열사 혹은 총수에 이익을 안겼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같은 점에서 사업의 적법성을 떠나 활용 목적 자체에 대해 금융당국이 경고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