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조 "동종 업계라 조선업 전체로 봤을 때 발전 없을 것"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잠재적 불안감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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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20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공급 과잉이 지속되던 국내 조선업계에는 우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대우조선은 노조가 반대 입장을 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하고 이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산은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소식에 업계는 이날 오전부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만큼 이같은 결정을 당연한 순리로 보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와 대우조선은 모두 한국 조선업의 생존을 위해선 빅2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해 11월 "조선업계의 시장상황을 볼 때 국가의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빅2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갑자기 결정된 사안에 대우조선해양 측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 공식적인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역시 오전 8시 30분부터 급히 회의를 열고 관련 상항 파악에 나섰다. 현재는 동종 업계의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확정하고, 오전 중으로 공식 입장자료를 낼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동종 업계이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 문제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 전체로 봤을 때도 득이 없다"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논란이 많은 현대중공업이 국내 조선업계를 독식하게 되면 조선업 발전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역시 대우조선 인수 이후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공급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의 과당경쟁을 막는 의미에서는 이번 인수가 좋은 신호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마냥 좋지 않을 것"이라며 "각 사에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 두 명이나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노조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대우조선 인수설이 알려지자 이날로 예정됐던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연기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10여년간 대우조선 매각을 꾸준히 추진했다. 2008년에는 조선업 호황으로 시가총액이 12조원을 넘었음에도 포스코와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이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한화그룹이 우선매수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금융위기와 자금 사정으로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2016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한다는 외신이 보도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10월 포스코의 인수 가능성 보도가 나왔으나, 포스코는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2017년에 이어 지난해도 흑자를 이어가며 경영 정상화를 어느 정도 이룬 것을 고려해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자구안 계획안을 성실히 이행 중이다. 현재 대우조선의 자구안 이행률은 3분기 말 기준 3조4000억원으로 59%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20년까지 5조9000억원 상당의 자구계획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