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메르스 사태 이후 첫 '경기 부진' 판정ADB, S&P 등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도 전망치 하향
  •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연합뉴스
    반도체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면서 한국 경제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축 상태인 설비투자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기 부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미 1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한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실적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투자 위축에 따른 경제성장률 추가 하향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발표한 '2019년 4월 KDI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부진' 판정을 내렸다. 반도체 가격 조정으로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내수도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KDI가 '경기 부진' 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가 침체된 2015년 3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하면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부문 수출액은 90억6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6% 하락하면서 부진을 지속했다. 산업부는 △단가 하락세 지속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재고조정 지속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정체 등을 반도체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부진 여파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각각 14.1%, 60.3%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 측은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의 환경 약세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앞서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7%, 57.1% 감소한 66조4940억원, 1조87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잉익은 예상보다 가파른 서버 D램 가격 하락으로 추정치를 각각 9.0%, 53.5% 하회하는 6조6000억원, 1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경쟁사 대비 서버 D램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D램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폭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의 실적 악화가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에 투입한 비용이 29조5564억원에 그치며 전년 42조7922억원보다 30.9% 감소했다.

    KDI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이 70.3% 줄어들어, 전월(-63.5%) 대비 감소폭이 확대되는 등 반도체산업의 설비투자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ADB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8%로 내다봤다가 12월엔 0.2%p 낮췄고, 석 달 만에 다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8%에서 2.6%로 내렸다. 무디스는 2.3%에서 2.1%로 낮춰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수출 부문 증가세 둔화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한 2.4%로 전망한 바 있다.

    한경연은 글로벌 경기하락에 따른 주요 수출 상대국들의 성장률 감소와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 반도체 단가의 급격한 하락 등 전반적인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3.9%를 기록했던 수출 증가율이 2.9%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부문의 대형 투자가 마무리됐고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하락, 무역분쟁 등 세계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들의 보수적인 투자 심리가 설비투자 증가세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둔화로 국내 수출 부진이 예상되고 내수 부문에서는 투자 위축이 경제 회복력을 약화시키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 낮은 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