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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실적면에선 신한금융지주가 일단 승기를 잡았다. 신한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9184억원을 기록하며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뒀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익을 내며 선전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경쟁 금융지주보다 비은행 계열사가 부족하지만 56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 이유 있는 ‘1등’…중기대출 3.1% 증가
4대 금융지주가 거둔 이자이익은 1분기에만 약 7조416억원에 달한다. 가계대출 규제로 먹거리는 줄었지만 중기대출로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폴이된다.
실제 신한금융은 중기대출을 대폭 늘리며 먹거리를 확보했다. 신한금융의 중기대출 규모는 87조5840억원으로 3개월 새 3.1% 증가했다.
증가폭으로 따지면 신한금융이 가장 높았다.
가계대출 역시 108조5930억원으로 2.2% 증가했다. 중기, 가계대출 모두 영업력을 집중하며 고른 성장을 보였다.
우리금융 역시 중기대출을 2.5% 늘리며 수익 기반을 확고히 했다. 단 가계대출 증가폭이 0.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금융의 중기대출 규모는 83조3540억원, 가계대출 규모는 114조5430억원이다.
하나금융은 중기대출 부문에서 2.2% 증가하며 81조4150억원을 기록했지만 가계대출 규모는 0.2% 감소한 106조2760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는 수익성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중기대출 증가폭은 0.2%, 가계대출 역시 0.7% 증가에 그쳤다.
KB금융 김기환 부사장은 “여신성장 원화대출 성장이 0.3%에 그쳤지만 연 목표치가 2~3인 점을 감안하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가계대출은 규제 영향으로 당초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아서 달성에는 무리가 없고 기업대출의 경우 우량 외감법인 중심으로 증가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중기대출 규모는 98조2000억원으로 경쟁 금융지주 중 가장 많다. 하지만 국내 중기대출 시장은 한정적인 만큼 은행 간 우량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 것이란 전망이다. -
앞으로 금융지주의 실적 경쟁에서 최대 변수는 희망퇴직 비용이 될 전망이다. 이익을 많이 남겨도 인건비, 희망퇴직 등 관리비용이 적지 않은 탓이다.
실제 KB금융, 하나금융 모두 희망퇴직 비용을 1분기에 반영하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은 희망퇴직비용으로 480억원, 사내복지기금 1010억원을 적립하면서 순이익에 영향을 줬다.
하나금융도 임금피크제 특별퇴직비용 1260억원을 반영해 실적이 하락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탓에 뒤늦게 합의한 것도 1분기 일회성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일반관리비용이 적게 들었다. 우리금융의 1분기 희망퇴직비용은 80억원, 신한금융은 6억원만 비용을 지불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은행권은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만 55세에서 만 56세로 1년 늦췄다.
따라서 올 연말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많을 것이란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 경영지표에선 기업들의 부실로 인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영향을 줬지만 이제는 인건비 등 판관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앞으로도 5년 동안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은행원의 자리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非은행 부문 강화…M&A로 성장동력 확보 경쟁
금융지주의 대부분 수익은 은행에서 나온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이자이익도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비이자이익, 즉 수수료 수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들이 M&A를 통해 외형을 확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규모는 2조1882억원이다. 이자이익의 1/3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일찌감치 강화했다. 그 결과 비이자이익 규모는 821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KB금융은 이자이익 규모가 2조2521억원으로 가장 컸지만 비이자이익은 5506억원에 불과했다. 판관비 여파도 컸지만 성장 동력도 점차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KB금융이 교보생명 인수에 참여할 것이란 말들이 흘러나온다.
KB금융 김기환 부사장도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준비 중”이라며 “생명보험은 취약한 부분이라서 항상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 보험업의 자본규제가 시행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하나금융 이승열 부사장은 “비은행 M&A(인수합병) 가용자본 규모는 지주 차원에서는 증자 없이 1조원 정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도 하반기 본격적인 덩치 키우기에 나선다.
동양, ABL자산운용 인수를 마무리한 후 오는 7월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도 계열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적용을 할 경우 약 2조원의 자금을 사용할 수 있어 언제든지 대형 금융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