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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부진했던 제약·바이오주가 지난 22일 정부의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에 힘입어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22일 2677.74로 전일 대비 0.94% 올랐다. 지지부진했던 제약·바이오주가 문재인 정부의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에 힘입어 반짝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이날 테라젠이텍스는 9.01%나 오른 932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최대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계획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이번 정책에 따라 DTC(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검사 업체들은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방, 진단, 치료 연구·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DTC 유전자검사 업체인 디엔에이링크와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도 이날 각각 전일 대비 2.81%(110원), 2.43%(170원) 올랐다. 반면, 마크로젠은 전일 대비 1.59%(500원) 하락했다. 전날 4.67%(1400원) 급등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각각 전일 대비 3.4% 오른 30만 4000원, 1.9% 오른 18만 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는 신라젠(3.07%), 에이치엘비(1.24%),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 0.14%), 제넥신(0.14%) 등의 주가가 상승했다.
이날 제약·바이오 업계는 정부의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를 보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약발'은 하루 만에 떨어졌다. 지난 23일 KRX 300 헬스케어 지수가 2624.65로 전일 대비 1.98% 하락한 것. 24일에는 2625.99로 전일 대비 0.05% 올랐으나, 하락폭을 만회하진 못했다.
그간 제약·바이오주는 각종 악재가 겹친 탓에 고전했다. 최근 1개월간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3116.58에서 2677.74로 14.1%나 하락했다. 해당 지수의 수익률은 1개월 기준으로 -15.6%, 3개월 기준으로 -17.3%를 기록했다.
일단 제약·바이오 업계의 1분기 실적이 기대보다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상위 제약사들조차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이 줄줄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의 1분기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3% 감소했다. GC녹십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5% 감소한 13억원에 그쳤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형 악재인 '인보사 사태'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 사태는 지난달 1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국내 허가 당시 표기된 성분이 아닌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GP2-293세포)'가 뒤늦게 발견됐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국내 허가를 앞두고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고의로 성분 변경에 대해 은폐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보사 사태로 인해 바이오 업계 전반의 투심이 위축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에 악재까지 겹쳤다.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됐다. 이 중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18.1%,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3%,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수사를 하면서 윗선을 겨누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작업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22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세 사람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증거 인멸에 삼성전자 측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삭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육성통화 파일을 복원해 분석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21일 5만 9000원으로 전일 대비 9.7% 급락한 이후 4일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650만주 규모의 블록딜 영향이다.
원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650만주를 매각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시작했다. 원에쿼티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 440만주 규모 블록딜을 진행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블록딜에 나선 것이다.
셀트리온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블록딜 이슈 영향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21일 18만 1000원으로 전일 대비 3.72%(7000원) 급락했다가 22일 정부의 바이오·헬스 혁신전략 발표로 1.93%(3500원) 오른 18만 45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23일에 다시 18만 500원으로 전일 대비 2.17%(4000원)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사들의 1분기 실적이 이전에 비해 조금 둔화된 면도 있고 전체적으로 단기적인 호재성 이벤트가 별로 없었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의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이 시장에 기대감을 주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