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고의 분식회계 수사 강화, 인보사 사태, 보톡스 논쟁 재점화 등 겹쳐각종 악재 잇달아 바이오·헬스케어 업계 신뢰도 하락, 관련 규제 강화 우려
  • ▲ 올 상반기 KRX300 헬스케어지수 변동 추이 ⓒ한국거래소
    ▲ 올 상반기 KRX300 헬스케어지수 변동 추이 ⓒ한국거래소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 인보사 사태, 보툴리눔 톡신 업체 간 갈등 등 각종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덩달아 앓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300 헬스케어지수가 지난 1월2일 3084.06에서 지난 11일 2722.50으로 11.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16조 6968억원에서 104조 1067억원으로 12조 5900억원(19.8%) 증발했다.

    삼바 고의 분식 회계 의혹 수사 강도가 강해지는 와중에 인보사 사태, 보툴리눔 톡신 업체의 균주 출처 논쟁 재점화 등이 겹치면서 바이오 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셈이다.

    ◆ 이재용 부회장 승계 문제 겨눈 검찰, '삼바 고의분식 회계' 수사 강도 ↑

    지난해부터 불거진 삼바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사업지원TF 팀장)은 17시간 넘는 검찰 조사 끝에 귀가했다. 정 사장은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의 추가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검찰 수사 관련 보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이례적으로 삼성전자가 나서 지난달 23일, 지난 10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수사 관련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인해 회사와 투자자에게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해 11월14일 삼바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날 삼바의 주가는 33만 4500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11일에는 30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기간 삼바의 주가는 8.22%(2만 7500원) 하락했으며, KRX300 헬스케어지수는 4.1% 떨어졌다.

    삼바는 증선위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지난 1월22일 삼바가 본안소송에 앞서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한 바 있다. 법원이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해 삼바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삼바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 바이오 업계 '초대형 악재' 인보사 사태… 업계 전반 신뢰도 하락 우려

    여기에 지난 3월말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바이오 업계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는 지난 3월31일 유통·판매가 중지됐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지난 2017년 허가 당시 기재된 연골유래세포(TGF-β1 유전자 도입 동종 유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TGF-β1이 삽입된 신장 유래세포(GP2-293세포)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 지난달 28일 품목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의경 식약처장이 지난 5일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환자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인보사 사태는 사상 초유의 사태인 데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생명인 신뢰도를 떨어트려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파이프라인이 1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연구개발(R&D)가 활발하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기대감이 감돌던 제약·바이오 업계에 인보사 사태로 인해 찬물이 끼얹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라며 "이번 인보사 사태로 인해 바이오·헬스케어 제품·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인보사 사태로 인해 바이오의약품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7일 세포·유전자 치료제 허가 신청 시 유전학적 계통 분석(STR 검사) 결과 제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생물학적 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 했다고 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인보사 사태로 인한 관련 규제 강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는 개별 기업의 사안으로 다른 업체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바이오 분야의 관리 감독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쟁 재점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갈등도 연초부터 다시 불붙었다.

    메디톡스가 지난 1월31일 앨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 대웅제약과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제소한 것이다. ITC 행정법원은 지난 5월 대웅제약 측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균주와 관련된 서류·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제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양사의 글로벌 진출도 다소 지연되는 모양새다.

    에볼루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누시바(나보타의 유럽제품명)'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관련 보완자료 제출을 요구 받아 품목 허가 최종 결정이 기존 예정일보다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메디톡스의 보툴리툼 톡신 제제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의 중국 허가에도 제동이 걸렸다. 메디톡신의 중국 허가 예상 날짜가 내달 29일에서 오는 8월 5일로 변경된 것.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허가 심사 일시 정지가 당연한 절차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시장의 오해"라며 "허가 심사 정지 기간 지속에 따라 허가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보툴리눔 톡신 업체 주가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대웅제약의 주가는 지난 1월2일 18만 8500원에서 지난 11일 15만 75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올 초 대비 주가가 16.5%(3만 1000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메디톡스는 주가가 58만 3000원에서 44만 600원으로 24.4%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휴온스도 주가가 6만 8000원에서 5만 8000원으로 14.7% 하락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가 가라앉고 있는 분위기"라며 "인보사 사태 영향이 가장 크지만, 전체적으로 호재성 이벤트가 별로 없는 탓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