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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유효성평가지수인 전체생존기간(OS)이 저희 내부 임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번 임상치로는 허가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한 긴급 설명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에이치엘비는 지난 26일 오후 3시10분 무렵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위암 글로벌 임상 3상의 탑라인(Top Line) 결과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소식이 보도된 전까지만 해도 오름세를 보였던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오후 3시30분을 기점으로 뚝 떨어져 결국 전일 대비 2.96%(2200원) 급락한 7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27일에도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거듭해 긴급 설명회 전인 오후 1시50분 기준으로 전일 대비 4.72%(3400원) 하락한 6만 8600원에 거래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탑라인 발표 내용에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사실상 의미 없는 발표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날 진 대표가 직접 긴급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진 대표는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억측과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되 최대한 시장이 판단할 수 있는 내용들을 빠르고 투명하게 제시하는 게 맞겠다고 봤다"고 운을 뗐다.
진 대표에 따르면, 현재 분석 종료된 데이터만 가지고 에이치엘비가 판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리보세라닙은 플라시보 대조군 대비 더 좋은 OS 중간값을 보였고 이는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 대비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 분석 결과, 임상의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2차 유효성 평가지표 중 의미있는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중간값은 대단히 유의미한 수치를 보였다. 부작용 또한 경미한 수준으로 리보세라닙의 기존 연구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탑라인 발표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수치의 공개 필요성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주요 임상 데이터를 수치까지 사전에 공개할 경우 리보세라닙의 효능을 제대로 얘기하고 홍보할 수 있는 학회 발표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말 유럽종양학회(ESMO)를 통해서 결과치를 발표하기로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수치만 한정적으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지표는 아직까지 분석 중이라는 게 진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상 지난 26일의 발표는 탑라인 공개라고 보기는 어렵고, 9월 말로 미뤄진 셈이다.
핵심은 통계적 유의성 분석 결과 임상의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리보세라닙 허가 절차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진 대표는 "임상결과치가 최종적으로 다 확정되는 대로 FDA와 방향성을 논의하고 확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DA와의 협의 시점은 3개월 내로 ESMO보다는 2~3주 전쯤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현재 회사가 진행 중인 다양한 적응증과 콤보(병용 투여) 임상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위암 세컨라인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되는 등 데이터를 기초로 다양한 적응증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등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진 대표는 "내부적인 판단으로는 저희가 디자인한 임상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해서 FDA에 신약 허가 신청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겠다"면서도 "유효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긴급설명회는 질의응답 없이 진행됐으며, 10분 만에 종료됐다. 해당 발표 직후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전일 대비 30% 급락한 5만400원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