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메지온 연이은 '임상 3상 쇼크'… 제약·바이오株 '와르르'유한양행, 1조 규모 기술수출 낭보에 급반전… 주가 일제히 오름세
  • ▲ 바이오 이미지 ⓒ연합뉴스
    ▲ 바이오 이미지 ⓒ연합뉴스

    '에이치엘비 쇼크'로 휘청였던 제약·바이오 주가가 1일 유한양행의 1조 규모 기술수출 성사 소식에 급속히 진정돼 가는 추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이날 오전 10시 7분 기준으로 2631.92로, 전일 대비 1.81%(46.7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0.11%(2.27) 오르고 코스닥 지수는 0.48%(3.33) 상승했다.

    ◆ 에이치엘비·메지온 '임상 3상 쇼크'… 제약·바이오株 '와르르'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3월28일 2908.27에서 지난달 28일 2585.03으로 11.11%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하락폭(4.06%)의 2.7배 수준이다.

    더구나 지난달 27일 에이치엘비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사실상 실패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약·바이오 주가는 물론, 코스닥 시장까지 뒤흔들렸다.

    지난달 27일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는 "(리보세라닙의) 1차 유효성평가지수인 전체생존기간(OS)이 회사 내부 임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번 임상치로는 허가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에이치엘비는 전일 대비 30% 하락한 5만 400원에 장을 마치면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부터 메지온도 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임상 관련 루머가 퍼지면서 주가가 28.02% 떨어졌다. 임상 3상 결과를 앞둔 신라젠(-8.25%), 헬릭스미스(-5.01%)도 덩달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후 2시 이전까지 상승했던 코스닥지수는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의 급락세 이후 11.16포인트(1.57%) 떨어진 698.2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이 24일 만에 7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메지온은 지난달 28일 박동현 대표가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 이후 주가가 더욱 곤두박질치며 2거래일간 46.38% 급락했다. 탑라인 결과 발표가 올해 6월 말~7월 초에서 빨라야 7월 말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탑라인 발표 일정이 사실상 내달로 지연되면서 임상 3상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증폭한 것.

    에이치엘비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49.64% 급락했다. 같은 기간 에이치엘비생명과학도 49.24% 떨어졌다. 신라젠(-7.47%), 헬릭스미스(-11.08%) 등 바이오주도 여파에 시달렸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옥석 가르기'가 시작됐다고 봤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에이치엘비 쇼크로 인해 바이오벤처의 신약개발 동력을 꺾일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투자 심리가 악화돼 자금 수혈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신약개발하는 바이오벤처들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임상 결과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신약개발 회사들의 숙명"이라면서도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임상 실패가 전체 제약·바이오 섹터를 크게 조정시킨 것은 다소 시장의 과도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 유한양행, 1조 규모 기술수출 낭보에 급반전… 일제히 오름세

    이같은 흐름은 1일 오전 유한양행의 1조 규모 기술수출 낭보에 급반전됐다.

  • ▲ 유한양행 로고 ⓒ유한양행
    ▲ 유한양행 로고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콜성 지방간염(이하 NASH) 신약(YH25724) 관련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규모는 8억 7000만 달러(1조 52억원)로, 유한양행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4000만 달러(약 462억원)를 수령한다. 또 마일스톤 지급액(기술료)으로 최대 8억 3000만 달러(약 9590억원)를 받게 되며, 추후 순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를 추가적으로 지급 받는다.

    지난 2018년 7월 이후 1년새 벌써 4번째 기술수출 계약이며, 계약규모로만 레이저티닙에 이은 두번째 수준이다.

    이 같은 소식에 1일 오전 11시5분 기준으로 유한양행(3.89%)은 물론, 제넥신(5.11%)의 주가도 급등했다. 이번에 기술이전된 물질이 제넥신의 long-acting(HyFc) 기술이 접목된 융합단백질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이번 계약은 바이오 의약품 관련 타사와의 첫번째 사업 협력일 뿐 아니라, NASH를 치료 목적으로 하는 국내 최초 바이오 의약품 기술수출 사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기술수출 소식에 힘입어 헬릭스미스(5.69%), 신라젠(2.43%), 인트론바이오(6.03%), 파미셀(6.81%), 강스템바이오텍(4.98%) 등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심지어 임상 3상에 실패한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생명과학도 전일 대비 8.50%(3000원), 11.03%(630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메지온은 이날 8만 19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 회사 차원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공매도 세력에 대해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검찰 등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임상 실패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파이프라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겪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바이오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파이프라인이 탄탄하게 구축됐기 때문에 신약개발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